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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스피 상승장에 소외된 투자자들
2020-12-08 06:00:00 2020-12-08 06:00:00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온통 파란불이야." "무겁다는 대형주는 날아가는데 내 종목들은 지하로 떨어진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많은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표현이 감흥이 없을 정도로 증시가 연일 치솟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계좌 수익률을 시원치 않은 듯하다.
 
일부 대형주들이 주도하는 장세로 중소형주는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1.3% 올랐지만 상승 종목은 314곳으로 하락 종목(546곳)보다 훨씬 적었다.
 
코스피는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반도체, 화학 등 일부 대형주 위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순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순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 1~3위와 똑같다.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를 외치며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데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입맛만 다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형주보다 가격이 저렴해 접근성이 높은 성장주나 테마주, 낙폭이 컸던 종목에 주로 투자해서다. 대형주에 투자했더라도 손실을 보다가 수익구간에 접어들면서 매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가의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한해 코로나 폭락장에서 수문장 역할을 했다면 미국 대선 이후엔 외국인이 2차 상승기를 주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년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외국인의 강력한 수급을 그 근거로 꼽았다.
 
문제는 대표업종과 그 밖의 업종 간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외국인의 선택을 받은 종목을 중심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업종에 대한 쏠림이 뚜렷할수록 지수 보다는 종목별로 대응해야 하는 까다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던 상황이 아니다. 저평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적 개선 전망이 확실하지 않다면 빛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괜찮은 기업을 찾았다 하더라도 주가가 오를 만큼 올라 지금 시점에 매수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코스피가 2700을 넘어선 이후부터는 수익을 내느냐 보다 지키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증시 열기를 식힐 악재들이 이달 중 줄줄이 대기 중이다.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네 마녀의 날'(10일)이 다가오고 있고,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장에서는 투자 철학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 달리는 장세에 특정 종목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상투를 잡는 꼴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약점을 상쇄할 만큼의 강점 또한 적지 않다.
 
특정 기한 내 투자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덜하다는 점, 시장이 좋지 않을 조짐이 보인다면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기동력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섣부른 지수 예측과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의견에 마음이 출렁일 것이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개인투자자로서의 약점은 보완하되 강점은 극대화해야 해야 한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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