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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구글 갑질방지법' 논의, '생산성' 높여야
2020-11-18 06:00:00 2020-11-18 06:00:00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예상보다 더 오래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른 바 '구글 갑질방지법'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여야 모두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의한 상태다. 각각의 안에 세부적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부가통신사업영역인 제22조9항의 신설, 전기통신사업의 경쟁 촉진을 위한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제50조1항 9호 손질 등이 공통적으로 눈에 띈다. 
 
이번 개정안이 구글 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앱마켓의 양대 강자다. 당연히 이들은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인앱 결제(앱마켓이 자체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식)를 강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같은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내년 1월부터 구글플레이 내에서 결제되는 모든 앱을 대상으로 결제액 30%를 수수료로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는 게임 앱에만 이같은 정책이 적용됐지만 이제 모든 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신규 앱은 내년 1월 20일,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적용된다.
 
이같은 구글의 정책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힘이 실렸다다. 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을 내던 초반만 해도 여야의 의견을 모으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 국내 앱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과, 세계 최초의 앱 마켓 규제 법안인 만큼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이 맞다고 손을 들기 이전에, 이같은 대립을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생긴다. 일단은 '구글의 갑질'을 판단할 기준을 우리는 현재 갖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이전부터 애플은 이미 그렇게 해오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어 구글까지, 양대 앱 마켓 사업자가 30%나 수수료를 떼어간다고 하니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에 좋은 상황이 됐다.
 
당장 이들 앱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30%에 대해 2%대의 카드사 결제 수수료와 비교해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드사 결제 수수료와 곧바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앱마켓 사업자들은 단순한 결제 수단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앱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 인프라 전반을 제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수수료 30%를 받아가는 것은 온당한가? 이 역시 불분명하다. 수수료 책정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데 30%가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요는 앱마켓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거다. 구글과 애플이 만약 갑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다름 아닌 깜깜이 사업구조부터 지적해나가야 할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통과 그 자체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더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는 것이 국내 앱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힌다. 국내 앱 생태계의 발전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가 현재로선 불분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부 개정안에선 앱을 출시할 때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외에 다른 앱 마켓에도 선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여기에는 해외 거대 공룡 앱마켓 사업자에 맞서기 위해 이를테면 국내의 원스토어 같은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중소 앱 개발사 입장에선 앱 마켓 출시 비용만 늘어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앱 생태계의 발전이 그저 국내 대기업 앱마켓 사업자들을 위한 수식어가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자 시작된 '구글 갑질방지법'이 또 다른 '갑질'의 싹을 틔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구글 인앱결제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 논의의 공회전 대신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한 때다. 법안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찬찬히 살피자는 이야기는 필요하지만, 또한 그것이 법안 논의의 속도를 늦추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주요 사업 구조에 대한 분석, 법안의 타깃이 될 앱 생태계의 명확한 획정 등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논의가 재개되길 바래본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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