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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중기부 세종시 이전이 필요한 이유
2020-10-26 06:00:00 2020-10-27 17:25:41
중소벤처기업부가 그간 세간에 떠돌던 세종시로의 이전설과 관련해 지난주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본부 조직의 세종시 이전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세종 이전 의향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이전의향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밟으며 이전 추진에 나선 부처는 중기부가 유일하다는 것이 중기부 설명이다. 그만큼 중기부 입장에선 간절한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기부는 지난 2017년 청에서 부로 승격됐다. 초대 장관을 거쳐 지금 2대 장관이 취임한 상황이다. 현 장관인 박영선 장관이 취임할 당시 중기부 직원들은 '힘 있는 장관'이 왔다며 열렬히 환영했다. 청에서 부로 승격된지 몇 해 지나지 않은 정부부처 직원들의 고민이 간접적으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청과 부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청은 소방청, 경찰청처럼 전국 단위로 행정을 실행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반면 부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더 큰 방점이 찍힌다. 말하자면 어떤 특정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짜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중기부를 청에서 부로 승격시킨 것도 이같은 정책 기능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중기부처럼 산업, 복지, 노동 등 여러 분야 이슈를 아우르며 정책 대상자를 살펴야 하는 부처의 경우 다른 부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전략적 사고를 해나가야 한다. 정책을 짜는 과정에서 다른 부들과의 조율은 필수적이자 필연적이기도 하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 비대면 시대 전환처럼 큰 변화와 위기의 국면 속에서는 또 단순한 지원대책 외에 장기적 안목의 정책 마련도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안목을 발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중기부가 다른 주요 부처들과 외따로 놓여있으면 아무래도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일의 효율성 또한 떨어지기 쉽다. 
 
누군가는 청사가 대전에 있다고 해서 정책적 역량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핑계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아울러 그렇다면 결국 모든 부처가 세종시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냐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일면 타당한 지적들이다. 하지만 중기부의 경우 조금은 예외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로 승격됐지만 아직은 역사가 짧고 정책 역량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청에서 부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단 수장의 높아진 직급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중기부에 몸담았던 공무원들의 경험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중기부가 기재부, 행안부, 고용노동부, 산업부 등 상대적으로 '힘센 형님' 부처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근거리에서 자꾸 부딪히는 것이 좋다. 세종시 이전은 정부 부처로서 위상이 달라진 만큼 책임 또한 무거졌다는 것을 직시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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