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만 60세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50대에 회사를 떠납니다. 아직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이들에게 할애된 일자리는 직종 불문, 급여가 최저시급에 맞춰져 있을 겁니다. 부부가 생활비 쓰기에도 빠듯한 금액인데 아마 자녀 학비 지원도 끝나지 않았겠죠. 연금저축이든 퇴직연금이든 미리 준비했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많지 않은 돈, 어떻게 꺼내 써야 좋을지 막막합니다. 금융회사들은 연금을 파는 데만 공을 들이지 연금계좌에 모은 돈을 어떻게 나눠 쓰라는 조언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정된 지면에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 65세가 될 때까지 10년의 강을 어떻게 건너면 좋을지 5회에 걸쳐 현실과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0년 후엔 북한군이 휴전선을 걸어 넘어오면 전쟁 없이 한국을 차지할 수 있다며 한국의 낮은 출산률을 직격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소폭 늘었는데도 25만8242명에 그쳤으니 농담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지적이었습니다.
반대로 1971년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태어났습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971년 출생아 수는 102만4773명이었습니다. 2025년생의 거의 4배에 달합니다. 이 중 사망, 이민 등으로 약 10만명이 감소해 2024년 말 기준 주민등록상 1971년생 인구는 92만8584명이 됐지만, 여전히 가장 머릿수가 많은 연령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가장 많은 인구, 연금 수령 나이 도착
그 1971년생들이 올해 만으로 55세를 맞이합니다. 만 55세는 개인연금,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사적연금 상품에 가입해 최소 납입 기간 5년을 채운 1971년생이라면 올해 돌아오는 생일부터 금융회사에 신청해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동안 모은 연금자산을 10년 이상 분할해서 연금으로 수령하면 가입 당시 보장받은 낮은 세율(3.3~5.5%)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0만명 이상 태어난 해는 1971년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1970년생도 100만명이었습니다. 인구조사가 1970년부터 시작돼 그 전 기록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1969년에도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3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태어난 연령대가 만 55세를 경과했거나 통과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라 전체가 출생률을 높이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반대편에선 가장 머릿수가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은퇴와 노후에 대한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는 뜻입니다. 1971년생이라면 이제 정년까지 5년이 남았는데요. 요즘 세상에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평균 56세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50대의 태반은 이미 퇴직한 후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이들에게 주어진 재취업 자리는 대부분 최저시급에 맞춰져 있다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필요 생활비 350만원인데 최저시급 215만원
(그래픽=뉴스토마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50~74세 남여 3000명을 설문조사해 결과를 분석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 기준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최소 노후 생활비는 월 24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이를 포함해 여가 활동, 여행, 손자녀 용돈 등 기타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답한 적정 생활비는 평균 35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 산출한 금액이 아니라 응답자들의 생각을 취합한 결과이지만 이들이 체감하는 현실에는 가장 가까운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퇴직으로 내몰린 50대에게 실제 필요한 생활비가 월 350만원이고 이를 재취업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면 세전 4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50대 초반에 퇴직한 후 재취업 일자리를 구한 A씨는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50대를 받아주는 일자리는 어느 유형이든 최저시급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토로합니다. 대부분 월급 기준으로 200만~250만원 수준이란 겁니다.
이 돈으론 최소한의 생활비를 해결하기에도 벅찹니다. 부모가 50대 중반이라면 자녀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학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퇴직 전에 예금, 주식, 부동산 투자 등으로 여윳돈을 충분히 만들었다면 모를까 기초생활조차 빠듯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 가계에선 부부 명의의 주택이 가장 큰 자산일 텐데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나이에 벌써 집을 활용하자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 수령 미루면 좋겠지만…
이들에겐 이제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사적연금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국민연금 수령 가능 연령인 만 65세가 되기까지 소득이 부족한 약 10년의 깊은 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 기간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등으로 준비해놓은 연금자산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령 시기를 미룰 수 있다면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연금소득세도 5.5%가 아니라 최저 3.3%까지 낮출 수 있고 연금자산 운용 기간도 늘려 복리 효과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노년에 병치레가 늘 테니 이를 위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는 가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고서는 ‘노후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19.1%였다고 설명합니다.
아직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노후 자산을 여유 있게 준비한 경우라도 만 55세부터 수령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모두 10년 이상 수령해야 세제 혜택이 유지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또 연간 연금 수령액이 15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이 종합소득세 산정 시 합산돼 세금이 불어날 수 있어, 적립액이 많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수령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이를 감안해도 연금 수령 개시일을 당기는 것이 좋은데 보고서에 나타난 현실은 평균 48세가 돼서야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고 답해 준비한 자산이 많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만 55세가 된, 이제 막 지난 70년대 초반 2차 베이비부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이 같은 현실은 아직 은퇴와 거리가 있는 3040세대들에게, 연금조차 없다면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경고와 같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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