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씨 진술확보와 강제구인에 애를 먹자 검찰로 윤씨 사건을 조기 송부하는 걸 고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검찰로 조기 송부하는 건 공수처 입장에서 유불리가 엇갈립니다. 윤씨를 강제구인해도 윤씨가 입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자칫 시간만 허비하면 공수처의 수사력이 도마에 오릅니다. 그렇다고 검찰로 일찍 넘겨도 공수처가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로 사건을 넘기는 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대검은 공수처에 윤씨 사건 송부 시점을 논의하자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걸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는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씨를 체포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고 있지만, 기소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공수처는 윤씨 사건을 수사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합니다. 애초 공수처와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중 각각 10일씩 윤씨를 수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윤씨 사건을 송부하는 시점은 협의하고 있다"며 "공수처에 주어진 시간 동안 수사는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석열씨를 강제구인하려 했지만 실패한 뒤 정부과천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조기에 넘기는 걸 고심하는 건 윤씨 수사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입니다. 공수처는 지난 15일 윤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지만, 윤씨는 공수처 조사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체포영장은 불법·무효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윤씨는 체포 당일엔 종일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이튿날부터는 공수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공수처는 윤씨 강제구인을 시도했습니다. 20일 공수처 검사·수사관 6명이 서울구치소까지 가서 윤씨를 강제구인 하려고 했지만, 윤씨 측은 또 거부했습니다. 21일엔 윤씨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3차)에 출석해 버린 탓에 조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추가 강제구인 시도는 물론 윤씨가 구금된 서울구치소로 현장조사를 가는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문제는 윤씨를 강제로 데리고 온들, 현장조사를 한들 윤씨가 계속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공수처로선 윤씨를 10일이나 조사해 놓고 아무 진술을 못 받아내면 수사력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조기에 사건을 넘겨도 '수사를 못해서 검찰에 서둘러 송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가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19일 오후 카니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다 보니 공수처가 검찰로 윤씨 사건을 조기에 송부할 것인지에 대해선 법조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검찰 출신인 이연주 변호사는 "지금 검찰과 공수처는 또 수사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도 체면이 있는데 검찰의 조기 송부 요청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씨가 계속 헌재 탄핵심판에 출석하면 어차피 공수처로선 더 조사하기 어렵다"며 "공수처가 서울구치소 현장조사를 고려해보고 안 되면 차라리 사건을 검찰로 빨리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선 문제를 삼았지만, 검찰의 수사 정당성을 부정한 적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검찰 수사엔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또 "검찰은 기소권을 갖고 있다. 경찰이 윤씨 수사를 했어도 결국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면서 "검찰은 최종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윤씨 측이) '검찰도 수사권이 없다'라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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