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직원 이탈 비상…비정규직이 빈자리 채웠다
"건설업 미래 불투명"…'탈건설' 외치는 직원들
유망 업종·높은 연봉에 반도체·배터리 회사로
불황 맞은 건설사…정규직 2% 늘릴 때 비정규직 11%↑
2023-08-22 06:00:00 2023-08-22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1군 건설사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직원 A씨는 최근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해 외국 공장 건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해외 파견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업종 전망과 처우를 고려하면 건설사보다 더 낫다고 판단해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이처럼 건설사에서 반도체나 배터리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반도체·배터리사들이 공장 건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건설사 경력직 채용의 문도 넓어졌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부동산 시장 호황기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인력 배치를 강화하면서 플랜트 등 다른 사업부문 인력이 빠져나간 측면도 있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노조위원장은 "비주택사업 축소로 플랜트, 발전 인력을 주택사업의 안전, 품질 쪽으로 많이 전환 배치했다"면서 "일부는 다른 건설사로 옮기거나 반도체 또는 배터리사로 매달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플랜트사업의 경우 본사에 근무하면서 현장에 잠시 파견을 가는 식이지만 주택사업은 3~4년마다 현장을 옮겨야 해 정착에 어려움이 있다"며 "배터리 회사에 가서도 공장 짓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아 업무 적응이 수월한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성이 결여된 산업으로 치부되는 것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확대된 안전에 대한 책임감, 붕괴사고로 인한 건설업 이미지 추락 등으로 '탈건설'을 외치는 경향이 짙어진 분위기입니다.
 
건설사 직원들은 산업 전망과 연봉 수준이 더 양호한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사들의 연봉이 건설사보다 더 높기도 하고, 국가에서 밀어주는 산업 아니냐"면서 "현재 건설업 상황을 고려할 때 기회만 있다면 (다른 업종으로)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하주차장 붕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사고 현장이 검은색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뉴시스)
 
비정규직 늘리는 건설사…품질관리 우려 확대
 
문제는 건설사 인력이 떠난 빈자리를 비정규직 직원이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불황을 맞은 건설사들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가운데 안전과 품질 관리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 10곳의 기간제 근로자는 올해 6월 30일 기준 1만8031명으로 전년 동기(1만6234명)에 견줘 11.1% 증가했습니다.
 
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원은 3만4924명으로, 작년 상반기(3만4168명) 대비 2.2% 늘었습니다. 비정규직 증가폭과 비교하면 5배 격차가 납니다.
 
특히 10곳 중 6곳의 기간제 근로자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기간제 근로자는 작년 상반기 1143명에서 올해 상반기 1398명으로 22.3%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습니다.
 
이어 △SK에코플랜트 18.2% △대우건설 16.2% △롯데건설 15% △현대엔지니어링 14.7% △현대건설 14.5% 등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에 반해 정규직은 줄었거나 증가폭이 낮았습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같은 기간 정규직이 4.6% 줄었으며, 2021년 말 이후 6분기 연속 정규직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연료전지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플랜트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일부 직원들의 인사 이동이 이뤄진 결과입니다.
 
GS건설의 정규직원은 상반기 3789명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1년 새 4.7% 늘었습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정규직은 1.4% 빠졌습니다. GS건설 관계자는 "6월 말 정년퇴직 인원을 반영하면서 정규직 인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규직을 크게 늘린 곳도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기간제 근로자는 1.8% 확대된 반면 정규직은 14.4% 증가했습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정규직 신입 채용을 확대하고 경력직을 충원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입니다. HDC현산은 지난해 신입사원 95명, 경력사원 72명 등 100명 이상의 채용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최근 붕괴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건설현장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비정규직 증가가 지목된 가운데 품질 우려는 더욱 커지는 실정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향후 현장 수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라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다는 자료를 낼 정도로 건설사 내부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