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경쟁 치열한데 노조는 파업 전야…바디프랜드 '사면초가'
임단협 1년째 '평행선'…노조 "성수기 추석 파업도 불사"
2023-08-07 06:00:00 2023-08-10 09:18:5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배송기사와 전시장 인력으로 구성된 바디프랜드 노동조합이 창업 이후 첫 파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계 평균보다 낮은 처우를 개선하고 급여 지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게 회사를 향한 이들의 요구입니다.
 
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마의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알려진 추석기간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세라젬에 업계 1위 자리를 뺏긴 상황에서 공동경영자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바디프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입니다. 숙원하던 IPO(기업공개)도 당분간 요원해보입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바디프랜드지회는 21일 바디프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바디프랜드지회)
 
7일 중소기업계와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바디프랜드지회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회사와 임금·단체 협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급여명세서 지급기준 공개 △동종업계 평균 수준의 임금인상(복리후생비 제외) △현장직원 식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노조는 지난 1일 교섭을 진행했고, 오는 9일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노조 "회사 성장에 기여했지만 동종업계 대비 처우 낮아"
 
노조는 이날 회의에서 다음 일정만 정해졌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노조는 회사와 교섭 일정과는 관계 없이 오는 8일과 9일 양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나올 경우 12일과 14일 양일간 파업합니다. 노조는 15일 공휴일(광복절)을 앞둔 시기라 평소보다 전시장 방문 고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파업으로 회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라이벌인 세라젬과 코지마, 휴테크 등 동종업계의 1인 연 급여 평균이 4803만원인 데 비해 바디프랜드는 3515만원입니다. 노조는 "회사가 성장할 때 오히려 인력 부족으로 더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직원들의 근로환경과 급여 수준이 업계 최하인 것이 지금 바디프랜드가 처한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금두호 바디프랜드지회장은 "바디프랜드의 전시장 및 배송인력들의 처우는 경영진 변화와 상관없이 시종일관 좋지 않았다"면서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석기간 파업까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석은 안마의자업계에서는 5월 가정의 달과 더불어 성수기로 꼽히는데, 이 시기 파업으로 회사 매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입니다. 
 
노조는 바디프랜드 실적이 악화됐다고 하지만 현금성 자산 등을 통해 서비스인력의 처우 개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헬스장, 카페, 네일샵, 구내식당, 미용실 등의 복지시설을 갖춘 본사인력 대상 복지는 그들과 먼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적악화에 최대주주 분열·청탁금지법 수사 등 악재 '수두룩'
 
바디프랜드는 노조와 갈등 외에도 실적악화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척추의료가전으로 유명한 세라젬이 바디프랜드의 매출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지난해 세라젬 매출은 7501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성장하며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시현한 반면 바디프랜드의 작년 매출은 5220억원으로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했습니다. 바디프랜드는 세라젬이 '의료기기'라 안마의자 카테고리와 다르다고 선을 그어왔지만 신체 휴식과 안마를 위한 가전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는 비슷한 용도로 인식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바디프랜드는 현주컴퓨터 출신들이 모여 2007년 설립한 안마의자 회사기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5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고,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상한기업' 사업에도 참여해 재기 기업인을 지원하는 등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힘써왔습니다. 이후 2022년 7월 사모펀드인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가 새로운 주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공동경영에 나선 두 사모펀드 간 균열이 드러났습니다. 스톤브릿지 측이 한앤브라더스 임원들에 대해 배임 횡령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임원은 회사에서 해임됐습니다.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가의 할인쿠폰을 참석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경찰 조사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출신 지성규 대표를 영입하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안팎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지 대표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해보입니다.
 
바디프랜드 최대주주들의 최종 목표였던 IPO도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펀드는 특성상 인지도 제고·매출 신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 주식시장 상장 및 투자금 회수를 꾀하곤 하지만, 번번히 불거진 내부이슈로 바디프랜드는 IPO에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디프랜드가 일본산이 전부이던 안마의자 시장에서 렌탈 프로그램을 도입해 업계에서 넘볼 수 없는 1위로 등극했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경쟁자들이 추격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바디프랜드의 경쟁력과 투자가치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 "임금 향상에 대한 노조 측의 희망은 어느 노조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중으로,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디프랜드 측은 이달 말 '로보워킹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안마의자 시리즈를 공개하고 하반기 매출 확대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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