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콩쿠르 우승은 세계적인 클래식 수퍼스타로 서기 위한 일종의 등용문처럼 인식돼 온 게 사실입니다.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권위의 콩쿠르 우승은 통상 대중들의 인식 저변을 넓히는 방정식처럼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절차를 따르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연주자란, 타고난 천재의 재능으로 불리기 마련입니다. 미국 출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이 대표적입니다.
벨은 고상하고 위엄 있는 선율부터 리드미컬까지, 바이올린으로 해사한 꽃을 틔우듯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세계 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상 4차례 수상, 미국 최고 연주자에게 부여하는 에이버리 피셔상과 미 주간잡지 '피플'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 최근 서면으로 만난 벨은 "모두가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언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주로 어린 연주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독주자나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음악가의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나는 운이 좋아서 독주 연주도 많이 했지만, 유명해지거나 독주자가 되기만을 바라지 않았다"고 연주자로서 지난 40년의 감회를 밝혔습니다.
5월18~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60명의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서는 미국 출신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사진=서울시향
5월18~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60명의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섭니다. 바이올린 곡들 가운데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쇼송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와 섬세한 음색과 풍부한 화음의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합니다. 벨은 "두 곡 모두 바이올린 연주자들과 관객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은 곡"이라며 "특히 비외탕은 파가니니 이후 19세기의 슈퍼스타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우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곡 선정 계기를 말했습니다.
"쇼팽이 19세기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듯이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비외탕이 작곡한 이 곡(협주곡 5번)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는 잘 알려진 곡이죠. 지난 40년간 자주 연주되지 않은 만큼 클래식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관객들이 분명 좋아할 만한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곡이 20분 정도의 짧은 곡이기에 13분짜리 쇼송의 ‘시’라는 곡을 추가했습니다.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이 극적이며, 아름다운 선율, 강렬함을 담고 있는 작은 오페라라면, 쇼송의 곡은 제겐 그저 아름답기만한 음악으로 지은 시 같은 곡이죠."
팬데믹 이후 5년 만의 한국 공연을 앞둔 벨은 "한국은 제게 음악적으로나 관객에 있어서나 특별한 곳이라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었다.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을 맨 위에 놓는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최근까지 고립돼 있었다는 느낌을 기억할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을 다시 찾게 돼 기다려집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먹는 것도 기다려집니다."
"11살 때 뉴욕주 메도우마운트 여름 캠프에서 만났다"는 첼리스트 박상민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캠프에 연주자로 온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경화 연주자는 당시 캠프에서 비외탕 협주곡 같은 바이올린 고전을 참 훌륭히 연주했었죠."
5월18~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60명의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서는 조슈아 벨. 사진=서울시향
벨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요제프 긴골드(1909~1995)를 사사하며, 그 이전 세대, 야샤 하이페츠와 프리츠 크라이슬러, 네이선 밀스타인 같은 연주자들까지 듣고 자랐습니다. “각각의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매우 특별한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개성 있는 연주를 들은 것이 나만의 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중국 전통악기를 다루는 싱가포르 중국 교향악단과 최근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나비 연인’ 협주곡을 녹음했고 올여름 발매할 예정입니다. 벨은 “오케스트라가 중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그간 재즈 연주자들과도 연주해봤고, 미국 컨트리 음악가들과도 일해봤다. 서로 다른 음악 언어에도 리듬이나 표현, 즉흥연주에서 배운 점이 많았다. 이렇게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 배운 것들을 클래식 음악에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 아내(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즈)는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입니다. 한국의 TV 쇼와 심지어 모든 드라마와 좀비 쇼까지 보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가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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