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회용컵 보증금제 D-10…제주 가맹점주 뿔났다
"제주서 가맹점 하는게 죄인가…일부만 시행, 형평성 어긋난다"
"가맹점주도 개인 사업자…수거·보관 등 일 부담, 인건비 증가 걱정"
2022-11-23 06:00:00 2022-11-23 06:00:00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들어있는 커피. (사진=유승호 기자)
 
[제주=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정부에서 강제로 하라고 하니까 참여하지, 누가 하고 싶겠어요. 일이 늘어나는 건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9일 제주도 내 프랜차이즈 업체 열 곳 이상을 다녀본 결과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이들은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정부의 강제성을 지적하는 한편 수거, 보관 등에 대한 우려도 표하기도 했다.
 
내달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본격 시행된다.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음료 금액에 자원순환보증금액 300원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할 경우 이 금액을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환급하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다.
 
적용대상은 전국 100개 이상 매장(직영·가맹점 포함)을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업체다. 이번 제도 시행에 참여하는 매장은 제주 435개, 세종 191개로 총 626개다.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의 1% 수준이다.
 
제주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난 직원은 정부의 강제적인 제도 참여 방식과 더불어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직원 A씨는 “반납한 일회용컵을 처리해야하는 일거리가 늘어나는데 어느 누가 하고 싶겠냐”면서 “전국이 아닌 제주와 세종에서만 한다는데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인데 제주에서 장사한다고 참여하라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B씨도 “며칠 전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면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수거, 보관, 회수 작업이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를 앞두고 제주도 내에 있는 한 카페에 보증금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제도 형평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던 문제다. 당초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려고 했지만 프랜차이즈 업계 반발 등으로 기존 안을 축소해 제주도와 세종시 두 지역에서만 실시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즉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더라도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제도에 참여해야하지만 이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참여 대상이 아니다.
 
제주프랜차이즈업계가 환경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주프랜차이즈협의회는 지난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와 세종시를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열악한 영세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해 프랜차이즈만이 아닌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해 형평성 있는 제도를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만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느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제주 시내에서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편의점도, 개인 카페들도 참여 대상이 아닌데 왜 프랜차이즈만 찍어서 시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가맹점주들도 개인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시에서 만난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점주 C씨는 “제주 지역은 관광객들이 많아 개인 카페들이 많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을 볼 수 있다”며 “제주에서 살고, 프랜차이즈 운영하는 게 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도심에서 벗어나면 SNS에서 유명한, 분위기가 있는 개인 카페들이 많다”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도 그런 쪽이 많을 텐데 프랜차이즈만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하면 역차별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내에 있는 한 카페에 일회용컵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유승호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 이후 수거, 보관 등에 대한 불편함과 이에 대한 업무 과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제주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직원 D씨는 며칠 전에 라벨이 붙어있는 보증금제용 컵이 들어왔다”면서 “보증금제 컵만 따로 관리하는 직원이 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뿐만 아니라 점장도)아무래도 제도 시행에 대해 싫어하는데 정부에서 참여하라고 하니까 따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용 컵에는 보증금 지급을 위한 라벨이 붙는다.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서 판매된 컵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증금제 적용매장에 컵 당 약 14원의 현금과 라벨부착기구 등을 지원한다. 일회용컵 라벨비 개당 6.99원, 보증금 카드수수료 개당 3원, 표준용기에 대한 처리지원금 개당 4원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문제는 다른 매장에서 판매한 일회용컵까지 보관해야한다는 점이다. 매출이 적은 매장일 경우 다른 가게의 일회용컵을 보관한다면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은 “매장 매출은 안 나오는 데 다른 브랜드에서 판매한 일회용컵만 받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주시에 있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는 “하루에 600~700잔 정도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일회용컵 수거, 보관까지 해야 하니 관련 직원을 더 뽑아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사람을 더 쓰면 인건비가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프랜차이즈협의회는 “보증금 반납 및 일회용컵 수거, 보관·회수의 부담을 매장에만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클린하우스 및 재활용 수거 시설 등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제주·세종지역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가 편하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 외 반납처를 확대하고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는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를 지원한다.
 
현재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제주·세종 지역 총 626개 매장을 대상으로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 수요를 파악하는 한편 설치를 원하는 모든 매장에 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지자체와 협조해 매장 외에서도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 외 반납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제주=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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