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면은 고도의 통치행위이자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부정적 여론이 큰데, 국민 여론도 사면을 숙고할 때 반영이 되느냐'는 질문에 "미래 지향적으로 가면서도 현재 국민들의 정서까지 신중하게 감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든 국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목표, 헌법 가치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그런 정서, 이런 것들이 다 함께 고려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너무 또 정서만 보면 현재에 치중하는 판단이 될 수가 있고…"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61.2%가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3.1%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5.7%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동안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이 전 대통령 이름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사면 계획에 대해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범위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해 한발 더 나아간 표현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이라는 표현은 여권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 통합'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인 사면이 부담된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분이니 부담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권 초창기니 폭넓게 들여다볼 것으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실무 작업을 한참하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비서실에서 당분간 그런 부분은 할 일이 없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간 윤 대통령은 "과거 전례에 비춰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 등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할 경우 득과 실이 분명한 만큼, 다각도의 정무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총장에서 대권으로 직행한 윤 대통령은 정치 신인으로, 정치권 측근 대부분이 과거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함으로써 친윤계 인사가 된 인물들의 지지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야권에서 희망하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하면 '통합'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에서 김 전 지사 사면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지명한 것은 민주당 측 인사를 잘 알기 때문"이라며 야권과의 통합 매개체로 사면이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윤 대통령 자신이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인다는 점은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DAS) 또는 BBK 의혹 관련한 질의에 "명확히 규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대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이제와서 섣부르게 사면을 언급하는 것은 자기 부정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은 잡았다 풀어줬다 루어낚시꾼인 강태공"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도리어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다만 경제인들의 대거 사면 가능성은 큰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살리라는 상당한 컨센서스(합의)를 갖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경제인 사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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