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사상 초유의 당대표 당원권 정지 사태와 맞물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상동몽' 관계에 놓였다는 평가다. 처지는 달로 생각하는 바는 "버텨야 산다'로 똑같다는 말. 이 대표로선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6개월 후 대표직에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다. 그래야 정치생명을 유지해 차기 당권이든 총선이든 노릴 수 있다. 권 원내대표도 6개월 동안 이 대표 사퇴나 조기 전당대회 없이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리더십을 보여야만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바라볼 수 있다.
20일자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열흘째를 맞았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8일 새벽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터 성접대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에 따른 품위유지 위반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자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기로 하고, 11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직무대행으로 공식 추인됐다.
윤리위 징계 의결 후 이 대표는 '잠행 아닌 잠행'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애초 윤리위 결정에 반발, 재심 신청이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으나 결국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광주와 부산을 돌며 2030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 대표의 계산은 당원권 정지 기간만 버티겠다는 것.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권한대행 대신 직무대행을 자처한 상황에서 굳이 가처분신청 등을 해 당과 노골적으로 마찰을 일이키는 건 정치적으로 전혀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 대표의 징계가 의결된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지켜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뼈 있는 조언을 남긴 것도 이 대표의 '버티기'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전언이다.
6월1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버티기를 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권 원내대표다. 그는 친윤(친윤석열) 이용호 의원과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 중진 조경태 의원 등이 이준석 대표 사퇴와 지도부 총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 돌입 등을 주장하는 와중에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18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 추진에 관해 "당 구성원 각자가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는)이미 의총에서 결론이 났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직무대행 체제의 정당성을 거푸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간 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서다. 권 원내대표의 시나리오대로라면, 내년 4월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것과 맞물려 6월엔 전당대회가 예정됐다. 내년 4월까지 원내대표로서 리더십을 입증하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2개월 뒤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선 충분히 당권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특히 안철수 의원이 친윤 파트너를 영입해 당내 표심을 얻고 당권을 쥐면 권 원내대표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간을 무사히 버티는 건 권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플랜에서 '베스트 시나리오'가 되는 셈. 반대로 이 대표로서도 권 원내대표가 자신에 대한 사퇴론을 받아쳐내면서 6개월 후 복귀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가 묘하게 공생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차기 당권을 고려하면 권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플랜에서 가장 위협적인 건 2030을 확보한 이준석 대표고, 이 대표로서도 권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확보해 당대표인 자신의 권한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면서도 "서로 대척점에 서 있던 두 사람이 현재로선 묘하게 뜻이 맞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