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잠행 아닌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며 2030 등을 만나고 있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선 정국 현안에 관해 입장을 밝히기보다 당원 가입을 독력 중이다. 2030과 소통해 접점을 넓히고 당원 가입을 홍보하는 행보는 6개월 후 복귀를 염두에 두고 밑바닥 우군을 확보하려는 걸로 풀이된다.
18일 이준석 대표는 '구글'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강원도서 진행키로 한 번개 회동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인 17일 오후엔 부산광역시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13일엔 광주광역시에 출몰해 자신의 지지층인 2030과 만났다. 강원도 회동은 이 대표가 징계를 받은 이후 세번째 소통행보가 될 예정이다.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광역시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2030과 번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준석 국미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성접대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등에 따른 품위유지 위반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처분을 받았다. 징계 처분이 결정된 직후 이 대표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당대표 권한으로 윤리위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투쟁도 예고했었다. 하지만 징계 처분이 내려지고 열흘이 지난 이날까지 이 대표는 강경대응 대신 숨 고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행보는 단순한 숨 고르기, 침묵모드와는 결이 달라 보인다. 잠행 아닌 잠행이다. 당대표 시절 SNS를 통해 정국 현안에 거침없이 입장을 표명하고, 필요하다면 당 중진들과 설전을 일삼던 모습은 안 보인다. 8일 이후 SNS로는 당원 모집을 독려하고 부산과 광주를 방문한 소식을 전한 게 대부분이다. 대신 이 대표는 SNS를 벗어나 현장에서 2030과 소통에 나섰다. 이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일 부산에서 2030과 만난 것에 관해 "무려 4시간이 넘게 당원들과 각자 가져온 음식을 먹으면서 정치와 정당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했다"며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것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다음 행선지는 강원도"라고 썼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부산 회동 사진을 보면 단지 2030만 모인게 아니다. 성별과 연령을 초월해 이 대표를 만나겠다고 대중이 운집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사태를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국면에서 한발 비켜나 책임론에서 벗어나되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3일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처음으로 활동을 재개하며 광주를 찾았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행보에 관해 "늘 호남을 챙기고 호남을 걱정하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닷새 뒤인 18일 국민의힘은 광주를 찾아 호남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광주를 방문했던 것과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예산정책협의회를 하필 호남과 하는 것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이 대표가 사퇴론을 일축하고 호남을 찾아서 우군 모으기에 돌입한 것의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듯한 모양이다.
당 관계자 말처럼 "할 일도 없는" 이 대표로선 지역을 유랑하는 번개 회동을 당분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경찰이 수사를 계속해 성접대 의혹이 입증된다면 도덕성 비판은 물론 윤리위의 추가 징계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잠행 아닌 잠행이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리 없는 차기 당권주자들 역시 이 대표를 압박할 게 뻔하다. 당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후 전국을 순회하는 것에 관해 "이 대표가 복잡한 생각이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당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분이라 믿고 싶다"면서 "우리 당이 여당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냐에 대한 나름대로의 통 큰 판단을 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주문한 것.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로서는 어쨌든 자신의 불찰로 인한 징계와 당 지지율 하락에 관해 책임론을 피할 수 없어 당분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결국 가장 중요한 관건은 성접대 의혹에 관한 수사 결과일 텐데 이것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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