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사상 초유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다음 카드는 '버티기'가 될 전망이다.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만큼 일단 다급한 위기는 넘기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성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표직 사퇴론을 거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차단하는 한편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징계기간 내에 경찰이 자신에게 제기된 성접대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 혐의가 확정되며 검찰 기소로 이어질 경우가 최대 복병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성접대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끝에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당일 오전만 해도 당대표 권한으로 "징계 처분을 보류할 것"이라며 윤리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강경 입장도 고수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모집을 독려하는 글을 올려 우군 확보에 나섰고, 저녁에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라는 가사의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곡을 공유해 심정을 대변했다. 11일 최고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내 당대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주말이 지나면서 잠행 모드로 전환했다.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가 전략을 바꾼 건 당의 돌아가는 상황이 강경 대응을 택하기보다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최고위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 전환을 선언한 데 이어 11일 의원총회에서도 예상보다는 무난하게 추인에 이르렀다. 이는 곧 6개월 뒤 이 대표의 당대표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8일 "이 대표의 징계로 인한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판단해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 체제로 간다"고 말했다. 11일엔 한 발 더 나아가 "임시 전당대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로서는 굳이 당과 노골적으로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어졌다.
이 대표가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는 것도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윤리위가 이 같은 후폭풍을 감안하고 중징계를 내린 마당에 이를 다시 번복할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법원 판단을 구하는 일도 궁색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리위의 이 대표의 징계 의결 후 연이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표직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지켜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라"며 "업보라고 생각하시고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뼈 있는 조언을 남긴 것도 이 대표로서는 곱씹어 볼 대목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 대표의 전략 수정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언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1박2일 일정으로 경북 포항·경주를 방문하기 전 서울 종로 모처에서 김 전 위원장과 극비 회동을 가졌다. 이달 7일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대응 전략 등에 관한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윤리위 징계 결정 즈음 김 전 위원장의 발언들을 보면, 그가 이 대표에게 한 조언도 유추가 가능해진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이 대표가 젊은 나이에 취임해서 그동안 익숙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피차가 조금씩 자제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괜찮았을 텐데 서로 자기 주장을 너무나 강하게 대변하다 보니까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나 본다"고 진단했다. 8일엔 "지금 이 대표가 그거(징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6개월이라는 시간은 온갖 변수들이 차고 넘치는 기간이다. 첫 번째 변수는 의총 추인에도 불구, 강성 윤핵관들을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론이 지속되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윤핵관과 일치된 입장을 보일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를 조여오는 성접대 의혹 수사망이 최대 변수다. 윤리위에서 이 대표의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때 성접대 의혹은 판단을 보류한 채 품위유지 위반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의혹이 입증된다면 도덕성 비판은 물론 윤리위의 추가 징계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당 안팎에서 사퇴론이 더욱 거세질 건 말할 것도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로서는 어쨌든 자신의 불찰로 인한 징계와 당 지지율 하락에 관해 책임론을 피할 수 없어 당분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결국 가장 중요한 관건은 성접대 의혹에 관한 수사 결과일 텐데 이게 언제, 어떤 식으로 발표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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