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윤여정은 우리가 아는 윤여정 그대로였다. ‘오스카 수상’ 프로필은 그에겐 이제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윤여정은 특유의 농담과 유머로 자신을 낮추고 까마득한 후배 배우들을 높이며 작품을 추켜세웠다.
(왼쪽부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사진=애플TV+
18일 오전 열린 애플TV+ '파친코'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윤여정은 이날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파친코’는 동명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꿈과 희망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미국 현지에선 작년 ‘오스카 수상자’ 윤여정의 출연작으로 기대감이 높다. 윤여정은 작년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파친코’는 ‘미나리’ 이전 촬영을 끝낸 작품이다. 이른바 ‘오스카 레이스’가 한창인 시절에도 캐나다에서 ‘파친코’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답게 각각의 배역은 노년과 젊은 배역으로 나눠 캐스팅했다. 주인공 ‘선자’는 각각 윤여정과 신예 김민하가 맡았다. 윤여정은 총 8회 분량의 ‘파친코’ 전체 출연 분량 가운데 1회부터 등장한다.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윤여정은 OTT플랫폼 애플TV+와의 작업을 꼽았다. 특유의 직설 화법이 처음부터 터졌다. 윤여정은 “너무 제약이 많았다. 뭐만 하려고 해도 ‘애플이라 안 된다’ 뿐이었다”고 웃으며 “그래서 난 ‘애플이든 뭐든 신경 안 쓴다’라며 그냥 막했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며 웃었다. 하지만 1화를 본 그는 “역시 ‘애플이라 잘하더라’”라고 웃으며 “다들 너무 잘하더라. 근데 내 연기는 정말 못 보겠더라. 내 연기를 보는 게 너무 싫다. ‘왜 저렇게 밖에 못했지’ 싶더라”고 겸손해했다.
‘파친코’에서 이민자 출신 할머니로 등장한 윤여정의 이름은 ‘선자’다. 전작 ‘미나리’에선 ‘순자’였다. 두 캐릭터 이름이 비슷한 점에 대한 질문에 윤여정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나리’와 ‘파친코’는 시대도 배경도 다르다”면서 “이름이 비슷해서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역경에 빠졌을 때 그게 역경인 줄 모른다. 난 그저 그걸 헤쳐나가는 것에 집중해 인물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연기한 ‘선자’의 젊은 시절을 맡은 신예 김민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은 “솔직히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너무 신인이라 걱정을 했다”면서 “근데 너무 잘하더라. 촬영 때 직접 만나는 장면이 없어서 며칠 전 처음 봤다. 내가 ‘걸음걸이랑 몇 개만 고치면 정말 잘되겠다’고 전해줬다”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 사진=애플TV+
윤여정은 ‘파친코’의 높은 완성도를 칭찬하며 각본의 뛰어남을 꼽았다. 그는 “각본을 쓴 ‘수 휴’가 정말 잘 썼다”면서 “선자가 고향에 돌아오는 장면은 사실 원작에는 없다. 복희 언니를 만나는 장면도 없다. 근데 내가 선자라면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 준 아버지 무덤에 가보고 싶지 않곘나”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도 훌륭한 각본을 써 준 ‘수 휴’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나이를 먹어도 배워야 한단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됐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자이니치’(일본에 사는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를 제대로 알게 됐단 얘기다. 그는 “그 단어에 비하의 뜻만 있는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해방 후 한국 전쟁이 일어난 뒤 정부가 그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 그들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됐다. 그 긴 세월을 그렇게 살아오면서도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고 전했다.
애플TV+의 ‘파친코’는 오는 25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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