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머신 타고 만나는 반세기 전 비틀스
명반 ‘렛잇비’ 녹음부터 최후 공연 담은 다큐 ‘비틀즈: 겟 백’
스튜디오 공기 느껴지게 하는 2인칭 시점 카메라 앵글
2022-01-11 18:23:51 2022-01-12 10:18:4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나는 이제 밴드에서 나갈래.”(조지 해리슨)
“언제?”(존 레논)
“지금. 대체할 다른 사람을 찾아.”(조지 해리슨)
 
1969년 1월10일 영국 런던 트위커넘 스튜디오. 20세기 최고 록 밴드 ‘비틀스’의 막내이자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1943~2001)이 덤덤하게 탈퇴를 선언하자, 스탭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찍고 있나?”... “컷!”... 암전. 
 
카메라는 잠시 뒤 훗날 조지가 쓴 이 날의 일기장을 클로즈업한다. ‘일어나서 트윅커넘에 갔다. 점심때까지 연습하고 비틀스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집에 감.’
 
지난달 22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비틀즈: 겟 백(The Beatles: Get Back)’은 반세기 전 비틀스를 만나는 타임머신 탑승 경험과 같은 것이다. 그간 활자로만 설왕설래한 해체 직전의 비틀스가 관객들 눈앞에 움직이는 유기체로 살아 움직인다. 비틀스 40년 지기 팬이자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60) 감독이 창고에 묵혀뒀던 60시간 영상과 150시간 음성 원본을 꺼내 4년간 편집에 매달렸다. 총 3부작으로 상영 시간만 7시간 48분에 이른다.
 
영상은 마지막 앨범 ‘렛 잇 비(Let It Be)’ 녹음부터 런던에 위치한 음반사 ‘애플’ 옥상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기까지, 1969년 1월 2일부터 30일 사이 기록이다. 당초 애플은 2시간 30분 정도 분량의 극장용 다큐 영화를 요청했으나, 잭슨 감독은 18시간 초안을 만든 후 이를 절반 정도로 잘라 완성했다. “더 이상 자르면 로큰롤 역사에 대한 범죄”라는 게 이유였다. 폴 매카트니(79), 링고 스타(81) 등 살아있는 멤버를 비롯해 해리슨과 존 레넌(1940~1980)의 가족들은 영상을 보고 만족해했다고 한다.
 
다큐 ‘비틀즈: 겟 백’. 사진/월트디즈니플러스
 
2인칭 시점으로 바싹 달라붙는 카메라 앵글은 당시 스튜디오의 공기까지 느껴지게 한다. 관객들은 카메라를 통해 2~3주 안에 TV쇼(결국 취소됨)와 공연(장소 등 계획 불분명)을 앞두고 14개의 신곡을 써야하는 ‘비틀스 월드’로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이를테면, 늦잠으로 지각하는 레넌을 기다리던 멤버들이 곡 ‘겟 백(Get Back)’을 만드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식이다. 매카트니가 여러번에 걸쳐 투닥거리며 리프를 만들고 하품하던 조지가 화음을 거든다. 링고가 손뼉을 치며 비트를 넣을 즈음 도착하는 레넌은 아무 말 없이 즉석 백킹 코드를 얹는다. 
 
비틀스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과정은 우주의 빅뱅처럼 찰나의 순간이 아녔다. 멤버들은 반복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운동선수들처럼 한 곡을 수십번 연주하며 창작에 매진한다. 카메라는 매카트니가 피아노 앞에 앉아 ‘Let It Be’ 멜로디를 흥얼거릴 때 다른 멤버들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수다를 떠는 모습이나, ‘아이브 갓 어 필링(I've Got a Feeling)’ 코드 진행(E-G)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까지도 포착한다. 해리슨의 폭탄 발언 이후, 매카트니와 레넌이 식당에서 나눈 대화(1969년1월13일)는 촬영팀이 숨겨뒀던 마이크에 잡혔다.  
 
이 4분간 대화는 비틀스 미래에 대한 일종의 복선이다. 레넌은 “곪아 가는 상처(festering wound)였는데 우린 반창고도 주지 않았다”며 그간 해리슨의 음악적 의견을 무시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놓는다. “조지가 그랬잖아. 더 이상 만족감이 없다고. 억지로 타협하며 지내야 하니 그런 거야.” 멤버들은 끝내 해리슨의 집으로 찾아가 설득하고 그는 엿새 뒤 복귀해 음반을 완성하지만, 결국 비틀스는 이듬해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다큐 ‘비틀즈: 겟 백’. 사진/월트디즈니플러스
 
그러나 다큐 속 어둡고 무겁게 느껴지는 해체 직전의 순간들은 세간의 인식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갑작스레 해리슨이 나간 상황에서도 멤버들은 우스꽝스럽게 악을 쓰며 ‘Don't Let Me Down’을 부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해”라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타개한다. 샌드위치와 차를 곁들이는 소소한 여유도 놓지 않는다. “리더라는 자리가 두렵다”고 하소연하는 매카트니에 대해 레논은 “운전하듯 자연스럽게 하자”며 다독인다. 
 
그간 비틀스 해체 주범으로 평가받던 ’레넌의 여인’ 오노 요코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레넌 옆에 달싹 붙어 뜨개질을 하거나 신문을 읽고 때론 마이크에 대고 악을 쓰며 왈츠를 춘다. 매카트니는 “요코가 앰프 위에 앉아서 밴드가 해산했다고 한다면 50년 후 진짜 웃길 것 같다. 사실 지구가 두 쪽 날 싸움 같은 건 아니잖나”라 한다.
 
다큐멘터리 백미는 3부 애플 본사 옥상에서 열린 비틀스 최후의 공연 장면(1969년 1월30일)이다. 옥상과 건물 밑에 구름떼처럼 몰려든 관중들을 앞두고 이들은 최고 기량의 연주를 선보인다. 민원으로 런던 현지 경찰들이 옥상까지 투입되며 매니저가 만류하는 상황에도 음악을 끊지 않는다. 1970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렛 잇 비’에 먼저 담겼지만 공연을 하기까지 분투하는 전 과정이 이어지는 장면이라 흥미롭다.
 
다큐 ‘비틀즈: 겟 백’ 비틀스 음반사 애플 본사 옥상 공연 장면. 사진/월트디즈니플러스
 
‘비틀스: 겟백’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평가는 극찬이 주를 이룬다.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평론가, 관객 각각 94%, 93%의 신선도 지수를 받았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전문 사이트 IMDB 관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9.2점이다.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비틀스 전문가인 롭 셰필드는 “놀라울 정도로 친밀한 우정의 초상화”라며 “‘겟 백’에선 이들의 유대감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버티기 위해 애썼는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4일에는 다큐멘터리 내용을 다룬 책 ‘비틀즈 : 겟 백’이 국내 번역 출간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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