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때아닌 젠더 논란이 불거졌다. 발단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글자만 적었다. 앞서 경선 과정에서 밝혔던 양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 입장에서 아예 '폐지' 주장으로 강경해졌다. 당장 '이대남' 표심을 의식한 '이준석 배후론'이 불거진 가운데, 유력한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아무런 논거나 설명, 대안 없이 주장만 펼치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젠더 갈라치기는 윤 후보 스스로 강조해왔던 '국민통합'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게시 글에는 9일 오전 11시 기준 1만개의 댓글이 달렸고 1261회 공유됐다. 댓글에는 '이젠 죽어도 윤석열이다. 그동안 의심했던 내 자신을 회개한다', 'King Is Back(왕이 돌아왔다)', '우리 아들도 완전 좋아하네요', '적극 지지한다. 일 잘한다' 등의 환영 입장이 줄줄이 달렸다. 이준석 대표가 노렸던 '이대남'(20대 남성)이 이 같은 적극적 호응을 이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대남'의 반색과는 별개로 '국민통합'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휘발성 강한 젠더 이슈를 던져 이수정, 김민전, 신지예 등의 영입에 실망했던 이대남을 끌어안는 다분히 전략적 행보가 국민통합을 우선해야 할 대통령의 인식으로서 적합하냐는 비난이었다. 이 같은 갈라치기 지적에 대해 윤 후보는 8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며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다. 그리고 더는 좀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의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심에도 처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왔던 이 대표는 즉각 윤 후보를 거들고 나섰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 사이 여가부 해체 공약 및 여러 정책의 명쾌한 정리 과정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급격한 속도감과 변화에 궁금해 하신다"며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지금까지 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 개별 영입인사들의 발언이 가져오던 혼란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혼선도 빚어졌다. 윤 후보와 일정을 동행하던 원일희 대변인은 "여가부 폐지는 '예스', 양성평등부 새 이름은 확정 '노'"라고 말했다. '여가부를 대체할 뭔가를 만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뭔가를 신설하는 것은 '예스', 새로운 이름은 '아이 돈 노, 낫 옛'(아직 모른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전에 말했던 양성평등가족부는 백지화되느냐'는 추가 질문에 "백지 아니다. 어떤 게 신설되는 조직에 합당한 이름인지는 논의 중"이라고 했다. 원 대변인은 2시간가량 후에는 "발언을 정정 공지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는 yes(맞다), 양성평등가족부 설립은 no(아니다)"라고 알려왔다.
비판이 계속되자,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변인의 '여가부를 폐지하고 명칭만 변경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 어떤 발언일지라도 저 윤석열의 입에서 직접 나오지 않는 이상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정정했다.
윤 후보가 던진 젠더 이슈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성평등부(여성부) 강화"라고 맞불 성격의 페이스북 글을 올리는 등 여야로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골적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성별로 편을 갈라 20대 남성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게으른 사고가 지겹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공식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2030세대 내에서 남녀 갈등이 극명한 사안으로, 섣불리 한쪽 입장을 대변했다간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 입장을 유보하겠는 전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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