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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글로벌기업들 "이젠 중국 말고 인도"…삼성도 적극 투자

삼성, 현지 대학생과 최첨단 기술 연구 진행…혁신 생태계 조성 목적

2020-07-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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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강국' 인도에서 '새싹 찾기'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중국 대신 인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도 차세대 시장으로 각광받는 현지 공략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 벵갈루루 연구소(SRI-B)는 최근 현지 10개 공과대학과 상호협력 프로그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SRI-B가 인도 공과대학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인도 '혁신생태계' 조성과 학생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앞으로 참여 대학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에 소재한 SRI-B는 연구개발(R&D) 인력만 4000명이 넘어 삼성전자의 30여개 해외 연구소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도 R&D 계에서 명망 있는 디페쉬 샤가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SRI-B는 인도 공과대학 학생·교수와 협력해 4~6개월 과정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5G) 이동통신 등 최첨단 기술 분야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제 문제 해결에 나선다. 
 
각 프로젝트는 세 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수로 구성되며 SRI-B에서 선별한 멘토가 함께 학생을 지도하고 정기적으로 프로젝트를 검토한다. SRI-B 인력은 세 명 중 한 명이 세계 최고 공과대학이라 불리는 인도공과대(IIT) 출신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단순히 연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은 SRI-B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를 출원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학생들은 SRI-B가 실시한 시험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디페쉬 샤 SRI-B 연구소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인 인도 학계 및 공학 학생 커뮤니티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삼성과 함께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업계 진출을 돕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위한 국빈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사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SRI-B는 통신 프로토콜·멀티미디어(카메라 솔루션 포함)·웹 서비스·메모리·네트워크 및 IoT 기술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SRI-B의 목표는 지속적인 R&D를 통해 인도 시장을 위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AI·IoT·증강현실(AR)·5G 네트워크 등의 전문 지식을 갖춘 SRI-B는 지금까지 인도에서 29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간 인도과학연구원(IISC)·벵갈루루 국제정보기술연구원(IIIT-B)·여러 대학과 협력해 AI·IoT·멀티미디어 등 각종 분야에 걸쳐 폭넓은 연구협력을 이어왔다.
 
삼성의 이번 인도 꿈나무 발굴 시도는 최근 미국 글로벌기업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인도 투자 열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중 갈등과 함께 지난달 불거진 인도·중국 국경 분쟁 이후 글로벌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뒤얽힌 중국 대신 인도를 타깃으로 삼고 대대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은 약 14억명(세계 2위) 인구로 인해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동시에 우수한 IT 인재와 네트워크를 갖춘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를 넘어 세계를 이끌 차세대 IT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앞으로 5~7년 동안 100억달러(약 12조원)를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강점인 AI 기술을 활용해 인도 시장 키우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외신에 따르면 퀄컴과 인텔도 이달 들어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산하 통신사 지오에 각각 9700만달러(약 1170억원)와 2억5350만달러(약 305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애플 최대 위탁 생산업체 대만 폭스콘은 10억달러(약 1조2030억원)를 써 인도 내 아이폰 조립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4월 지오에 57억달러(약 6조85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1월 인도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10억달러(약 1조2030억원)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향후 세계 인구 1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와 수학 등이 굉장히 강한 나라"라며 "늘어나는 인구와 달리 경제발전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중국보다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 IT 기업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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