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유지훈

(인터뷰)‘20년 숙성’ 힙합 바이브…‘통제불가’ 래퍼 Space A 재구

혼성그룹 전성기 이끈 재구의 뮤지션 2막

2019-09-23 08:27

조회수 : 2,99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쿨, 거북이, 영턱스클럽, UP(유피), 코요태, 투투 등 혼성 그룹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를 풍미했다. 여자 멤버의 시원한 음색과 남자 멤버의 랩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조화로웠고 복고를 콘셉트로 하는 콘서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을 꾸준히 소환해내며 추억을 자극했다. Space A(스페이스 에이) 역시 혼성 그룹 전성기에 활동하며 당시 가요계를 호령했다. ‘성숙’ ‘섹시한 남자’ ‘배신의 계절’ ‘Again(어게인)’ 등은 지금도 리스너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메가 히트곡이다.
 
재구는 혼성 그룹 Space A(스페이스 에이) 2기를 여는, 2집 활동부터 합류해 팀을 대표하는 멤버가 됐다. 20년 동안 활동했고 팀의 인지도 역시 범 대중적이었으나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래퍼로서의 갈증이 있었다. 혼성그룹 특성상 래퍼라는 포지션은 빛을 발하기 어려웠다. 무대 위에서 그가 주목 받는 순간은 어쩌면 추임새와 같이 느껴지는 짧은 랩 몇 마디가 전부였다.
 
심기일전한 재구는 최근 첫 번째 디지털 싱글 통제가 안돼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통제가 안돼는 퓨쳐 베이스와 네오 소울 장르가 가미된 트렌디한 스타일의 힙합 넘버다. 비욘드 출신의 도형이 소울 멜로디로 피쳐링에 참여했으며, 구피 멤버이자 워너원, 에이핑크, 펀치, 현아, 크레용팝, 더원 등과 함께 작업한 히트메이커 미친 손가락이 프로듀싱을 맡아 힘을 실었다. 20년 동안 품어왔던 재구의 힙합 바이브는 이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일만 남았다.
 
재구 프로필. 사진/솔엔터테인먼트
 
Q. 언제부터 솔로 앨범을 계획하고 있었나
A. Space A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결국 20년이 걸렸습니다. 20년이요. 제가 완전 신인이었다면 더 쉬웠을 것 같기도 해요. 맞는 조건을 찾아야 했고 노래도 마음에 들어야 했고, 준비 다 됐다 싶었는데 Space A 활동을 갑자기 하게 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미친 손가락 형한테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받게 됐고 그냥 음원만 내기는 아까워서 뮤직비디오도 제 사비를 털어서 찍었어요.
 
Q. 재구의 아이덴티티는 래퍼인가
A. 맞아요. 그룹 활동 할 때도 옷도 나름 갱스터, 힙합 스타일로 입고 다녔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면 그냥 댄스가수가 되더라고요. 활동하면서 전곡 랩 메이킹을 제가 다 했는데 비트를 쪼개고 엇박을 하고 무슨 짓을 해도 댄스 가수인 거예요. 이제는 진짜 힙합입니다. 미디엄 템포인데도, 리듬감을 느낄 수 있어요. 꼭 래퍼로 나를 굳히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저를 보여주고자 하는 수단중의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첫 솔로인 만큼 통제가 안돼녹음을 하는 것부터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A. 저는 그냥 제가 랩을 잘하는 줄 알았어요. 막상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룹 활동할 때 톤을 내려놓고 제 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20년 넘게 활동 했으니까 저 나름의 고집이 있었는데 녹음하면서 대중이 원하는 스타일과 제 스타일 중간지점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미친 손가락 형이 정말 많이 도와줬습니다.
 
Q. 우여곡절 끝에 녹음한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가.
A. 주위에서 모니터링을 해보면 많이 좋더라고요. 그룹 때보다 지금 톤이 더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신나는 노래에 어울리는 톤, 요즘 유행하는 톤을 담았고, 듣기는 쉬운데 부르면 어려운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슬로건은 솔로 활동이지만 사실은 재구의 래퍼 활동 1막을 여는 것 같기도 하다.
A. 예전부터 힙합, 랩을 좋아했어요. 후니훈, MC, 허인창 이런 분들이랑 친했었는데 저만 댄스 가수가 된 거죠. 저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어요. Space A가 인기 있었으니 저를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는 랩을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활동 할 때 랩 파트가 있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으니까 지금 너무 설레요. 지금은 힙합이 대세니까. 시기가 딱 좋지 않나 싶어요.
 
재구 프로필. 사진/솔엔터테인먼트
 
Q. 예능 활동도 계획하고 있나
A. Space A 전성기에는 남자 멤버가 나가서 할만한 예능이 별로 없었어요. 뭔가 다 여자 멤버를 찾았었고요. JTBC ‘슈가맨 Space A를 재탄생 시켜줘서 인기가 많아졌어요. 예능은 캐릭터가 중요한데 제가 캐릭터는 확실하다고 생각해요(웃음). 녹화 끝나고 사람들이 너 같은 캐릭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선은 유튜브 채널로 그 끼를 풀어볼 생각이에요.
 
Q. 유튜브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가? 오픈은 언제인가?
A. 10월에 오픈하게 될 것 같아요. ‘재구야 놀자라는 이름으로요. 예전부터 생각을 했는데, 친한 동생이 제안을 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축구 컨텐츠, 인터뷰 컨텐츠를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제가 축구선수 출신이거든요. 스스로 자신 있어요. K3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연예인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 인터뷰 컨텐츠는 추억의 뮤지션을 찾아서 인터뷰하는 형식이 될 것 같아요. 우선은 도와달라고 미리 말해둔 분들이 많아요.
 
Q. 솔로 활동을 시작하는 각오를 한마디 하자면?
A. 처음 계획했던 것 보다는 많이 발전된 결과물이 나왔어요. 음원이 좋아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방송도 잡히고,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죠.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이번 앨범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 하시더라고요. ‘너무 기대하지 말고 안 내면 또 내자, 꾸준히 하자라고 조언 해줬어요. 저는 이 노래가 묻히는 게 너무 아까워요. 뮤직비디오도 사비로 찍었는데(웃음) 본전은 찾자는 게 작은 목표입니다.
 
Q. 노래 만큼이나 뮤직비디오에 애착이 큰 것 같다. ‘아이리스에 출연했던 김혜진 배우는 직접 섭외한 건가
A. 네. 정말 감사하게도 출연해주셨어요. 혜진 누나는 예전 CF 퀸이었어요. 지금의 설현 씨보다 훨씬 더 잘 나갔고요. 감독님이 여자 배우가 필요할 것 같아서 혜진 누나가 바로 떠올랐죠.
지인 덕분에 알게 됐고 출연해달라고 하니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Q. 이번 솔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궁극적으로는 혼자서도 행사를 다닐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웃음). 목표는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이 사람 원래 힙합하던 사람이었나?’라고 생각할 정도의 완성도를 인정 받고 싶어요. 저 혼자서도 무대를 다 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음원 수익을 올리겠다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 힙합을 좋아하는 10, 20대 친구들도 이 노래를 통해 저를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요즘 가요계에 복고 트랜드가 유행하면서 Space A 무대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직접 본 적이 있나.
A. 저는 지금의 제가 좋아요. 그 때는 너무 말라서 빈티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라이브 할 때 지저분하게 영어 랩을 하고 그래서 창피해요. 자료를 없애고 싶어요(웃음). 그래도 보면 신나긴 하더라고요. 혼성그룹 가운데 가장 파워풀한 무대였던 거 같아요.
 
재구 프로필. 사진/솔엔터테인먼트
 
Q. Space A 활동은 어떻게 되는가
A. 정말 애착이 가는 그룹인데, 멤버들 가운데 제가 가장 오래 활동했으니까 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알아요. 예전처럼 잘 되고 사랑 받으면 물론 정말 감사하지만, 트렌드는 변하고 Space A는 지금 그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일 뿐이에요. 기다려주는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확답을 드리기가 어려워요. 그 시기가 올 때까지는 제 앨범에 몰두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솔로 활동 계획은?
A. 앞으로는 노래가 될 수도 있고 랩이 될 수도 있어요. 정해진 건 없어요. 그냥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1년에 세 곡 정도씩 내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엔 쌀쌀한 가을에 나왔으니까, 봄이나 여름에 내게 되면 신나는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 유지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