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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싱글슈머의 공습)①'나홀로' 성장하는 편의점

1인 가구 맞춤 서비스로 싱글족 '홀릭'

2016-1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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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속 스타강사 주인공은 혼술(혼자 먹는 술)을 두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며 예찬한다. 20대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에게 혼밥은 '인간관계를 맺는 노력 대신 취업공부에 여력을 쏟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식사다. 바야흐로 싱글들의 세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4가구 중 1가구일 정도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유통가 및 식품업계에서도 '싱글족'이 화두다. 싱글족을 소비자 관점으로 바라본 '싱글슈머(single+consumer)'라는 신조어까지 생길만큼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싱글슈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싱글슈머들이 대세로 부상하는 가운데 달라진 유통가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편의점 전성시대'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된 편의점이 이젠 전국에 점포 3만개가 넘는 유통가 괴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싱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오늘날 편의점은 이른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선사하는 커피전문점이 되고, 점심엔 든든한 식사 한끼를 제공하는 식당이 되기도 한다. 저녁 퇴근길엔 시원한 캔맥주 하나를 사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변화상을 가장 빠르게 반영해오며 성장한 편의점은 최근 다양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선보이며 '가성비' 열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택배 픽업 서비스, 카셰어링 서비스 등 온라인과 결합해 폭넓은 생활편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생활복합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편의점의 이같은 성장에는 '1인가구'의 증가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1인 가구의 증가 폭은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1990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9.0%에 불과했다. 그간 3배 넘게 늘어났다. 2인 가구 비율은 26.1%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50%) 역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편의점은 1인 가구의 든든한 지원 속에 폭발적 성장을 거듭 중이다. BGF리테일(027410)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007070)의 GS25는 올해 1만호점을 돌파했고, 세븐일레븐도 9000개 점포에 육박하며 1만 점포 보유에 바짝 다가섰다. 
 
인구통계학적인 변화(1인 가구·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에 따른 맞벌이 증가)의 영향으로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상품과 차별화된 PB 제품의 수요 확대가 주된 성장 동력이다. 이로인해 굳이 할인점을 찾지 않고 편의점에서의 소량 쇼핑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편의점 성장을 이끈것은 '혼밥족'을 겨냥한 도시락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시락 매출은 이미 지난해의 약 3배 수준까지 뛰었다.
 
CU의 경우 지난해 12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와 함께 기획해 출시한 '한판도시락', '매콤불고기정식'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난해 대비 3배이상의 성장세다.
 
CU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2012년 32.6% ▲2013년 51.8% ▲2014년 10.2% ▲2015년 65.8% 등 해마다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1년 전의 3배 수준까지 급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GS25에서도 올해 들어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작년 동기의 2.76배로 불었고,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도 1년 전의 2.54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쌀밥 간편식용으로 편의점이 사들이는 쌀의 규모는 날마다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재 국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한 해 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최근 실적도 편의점의 성장세를 대변한다. 유통가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가구'에 힘입어 편의점만이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BGF리테일의 CU는 신규출점 확대 효과에 힘입어 지난 3분기도 실적이 늘어났다. BGF리테일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721억5700만 원, 영업이익 711억9900만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30.9%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CU 편의점 수는 1만509개로 2분기보다 403개 늘었다. CU에서 이익률이 높은 도시락 등 즉석식품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15.3% 증가한 1조9873억원, 영업이익은 9.8% 증가한 854억원이었다. 
 
편의점 관계자는 "1인가구의 증가와 근거리 소비문화의 확산 등으로 인해 편의점이 생활밀착형 소비채널로 자리잡았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차별화된 품질의 PB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1인가구에 맞춘 배달 서비스, 금융 키오스크 등을 강화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유경 SK증권 연구원은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환경과 높은 인구밀도, 1인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 업태의 고성장은 담보됐다"며 "향후 2~3년간 15%수준 성장은 이뤄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편의점을 혼자 방문한 고객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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