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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 ‘목하 고민중’

‘미국이 불참 요청’ 보도 이어져…전문가 “미·중 적대관계 아니다”

2015-08-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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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청와대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여러 상황과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다음주 후반 쯤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가장 크게 고려하는 문제는 미국이다.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기본 전략을 가진 미국이 박 대통령의 참석을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는 당연한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그러나 미국이 박 대통령의 불참을 요청했다거나 주중 한국대사의 대리참석을 권유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불참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한·미·일 사이를 벌려놓으려 한다는 경계심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두번째 고려 대상은 다름 아닌 주최국 중국이다. 중국은 전승 70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열병식에 다른 어느 나라 정상보다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한때는 미국만 바라봤던 나라들이 이제는 중국도 중시한다는 사실을 상징할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한 기대를 표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하는 담화도 변수다.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 사죄’ 표현이 빠지는 등 후퇴한 역사인식이 담길 경우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 중국과 대일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 그밖에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승절 참석 여부도 고려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중 관계는 적대적이지 않은데 마치 적대관계처럼 과장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는 한·중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이기 때문이지 중국의 ‘굴기’(우뚝 일어섬)를 지지하고 승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특히 “2차 대전 후 한국은 패전국으로 분류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도 참석할 수 없었지만 사실 우리는 상하이임시정부에서 중국과 함께 항일운동을 했던 승전국”이라며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승전국으로서의 정서를 느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5월) 러시아 전승 기념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너무 소외되는 것보다는 참석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나 위원장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열병식 참석 문제에서 마지막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장력 과시 성격의 열병식과 그 외의 전승절 행사를 분리해 대응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일 무렵 열리는 상하이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하는 ‘제3옵션’도 검토되고 있다.
 
여론은 참석을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휴대전화+유선전화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51.8%였고, ‘불참해야 한다’는 응답은 20.6%에 불과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필립 하몬드 영국 외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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