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수경

add1715@etomato.com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전달해 드립니다
(초점)양적완화 '역풍'..유리보 금리 사상 첫 '마이너스'

돈 빌려주고 이자 얹어줘야 할 판..대출 수익 '뚝'

2015-04-22 14:58

조회수 : 5,73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작전이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행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이 금리 하향궤도를 촉발시키면서 각종 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
 
예금금리와 국채금리, 회사채금리에 이어 유럽 은행 간 금리인 유리보(Euribor)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사상 처음이다.
 
유리보 금리는 유럽 자금시장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선물 거래 등에서도 기준 금리로 쓰인다. 유로존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 금리를 책정할 때도 기준이 된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유리보 3개월물은 마이너스(-)0.001%로 하락했다.
 
즉, 돈을 꿔준 은행이 이자를 받기는 커녕 돈을 빌린 채무 은행에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현실로 벌어진 것.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리보' 사태를 맞아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사진=로이터통신)
 
◇양적완화로 흘러 넘치는 유동성 때문 
 
유동성 경색 여부를 진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유리보가 하락한 것은 ECB의 유동성 공급 과잉이 낳은 결과로 풀이된다. ECB가 돈을 찍어내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CB는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적으로 작년 9월 예금 금리를 -0.20% 낮춘데 이어 올해부터는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매입을 실시했다. 향후에도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마이너스 금리시대는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드라기 ECB총재가 고개를 들고 있는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은행 간 대출 금리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웃돈 주고 돈 꿔주게 생길 판"..유로존 은행권 '비상'
 
유로존의 과잉 유동성이 초래한 사태에 은행권은 비상이다. 웃돈을 얹어 돈을 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수익성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당초 드라기 총재는 은행권이 현금을 시중에 풀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키아란 오 하간 소시에테제네랄 유럽 금리전략 대표는 "유리보 하락은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는 좋은 뉴스지만 빌려주는 사람에게는 나쁜 뉴스"라며 "드라기 총재는 은행들이 현금을 비축하지 않고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양적완화는 오히려 은행들에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줘야 하는 유례없는 처지에 놓은 은행들은 중앙은행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기존 대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대출은행에 대한 상환요청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보가 더 떨어질 경우, 은행들이 기존 대출 계약을 유지하려면 이자를 더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은행들은 대출 관련 법률 검토는 물론 관련 조항도 새로 만드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들도 마이너스 금리 물결 영향..저축률 '급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들이 모기지 금리와 예금금리를 결정할 때 유리보 금리를 고려하는 만큼 개인들도 마이너스 금리 물결에 영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유리보에 연동되고 있다. 은행들은 상황에 맞춰 유리보 대비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낮추는 등 일부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유리보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굳이 은행에 돈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지면서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카젠드라 굽타 JP모건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예보금리가 마이너스권에 진입하면서 저축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는 결국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점점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나 코밀레바 G +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마이너스 금리는 결국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만 손해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며 " 주변 국가의 금융시장 활성화도 저해함으로써 경제 자극 보다는 긴축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수경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전달해 드립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