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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인터뷰)김희애 "우아한 여배우? 그냥 나는 나일 뿐"

2014-03-05 14:50

조회수 : 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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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김희애는 '우아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다. 20여년 간 해왔던 화장품 광고를 통해 쌓인 이미지 때문일까. 말투나 표정, 하나하나가 기품있다. "김희애처럼 나이들고 싶다"는 젊은 여성이 적지 않다.
 
그런 김희애를 지난 4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내 지금의 이미지는 화장품 광고 때문인 것 같다"며 "그냥 김희애는 김희애"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진솔했다.
 
◇김희애 (사진제공=무비꼴라쥬)
 
◇"'꽃누나', 하나의 터닝 포인트"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꽃보다 누나'에 김희애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시청자들을 비롯해 많은 방송관계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주로 작품으로만 소통하던 신비주의 배우가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희애는 방송에서 화장기를 지운채 맛있는 음식을 거침없이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희애의 소탈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인기나 화제면에서 엄청난 반향이 일면서 김희애에게 '꽃보다 누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희애는 이에 대해 "살면서 아픔도 있었고 배신도 있었다. 그런게 여물었는데 딱히 보여드릴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꽃보다 누나'에서 제의가 와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토크쇼나 예능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다. 출연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어쩌다 김희애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었을까.
 
김희애는 "전작인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네 분의 선생님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70넘게 연세를 드신 분들도 청년처럼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멋졌다"며 "'꽃보다 할배'는 나의 미래를 보장받는 느낌이었다. 100세 시대인데 너무 젊은 층으로만 집중되고, 왜인지 어른들은 나서면 안 될 것 같고 관속에 넣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나이드신 분들이 존재감을 보이는 것에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내게도 제의가 왔다. 예능이라고 생각 안하고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웃어보였다.
 
방송을 보고는 깜짝 놀랐단다. 이것저것 먹는 부분이 너무 집중적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변하는 것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김희애는 "내가 느닷없이 잡식으로 나왔다. 사실 내가 먹는 것에 호기심이 많긴 하지만, 너무 그렇게 나왔다. 그래서 '컴플레인'도 했었다"며 꺄르르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생각하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되서 겁도 났다. 자꾸보니까 '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앞을 내다보는 제작진이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자신의 평소 모습은 일반 가정의 엄마들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장에서 근사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하지만, 그게 인생에 전부는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을 엄마로 혹은 주부로 산다"며 "시댁에서 며느리로서 설거지를 한다던가, 나의 실체를 알면 실망할까 싶을 정도로 리얼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화장품 광고의 영향으로 거리감을 느낀 사람도 많다"며 "'꽃보다 누나'에 나오는 모습도 나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니기도 하다. 희화되기도 하고 아름답게 보여지기도 하고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게 내가 아니다. 그냥 나는 나일 뿐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희애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매력적인 유아인과 함께해서 행복해"
 
김희애는 20대 대표 남자배우 유아인과 인연이 깊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옆집 총각으로 호흡을 맞춘 유아인과 JTBC 드라마 '밀회'에서는 연인으로 만난다.
 
나이 차이 19년차인 연하 배우와 사랑을 나누는 여배우다. "복 받았다"고 웃는 김희애다.
 
유아인과의 첫 인연은 영화 '완득이'였다. 김희애는 "'완득이'를 봤는데 그 때 유아인을 처음 알았다.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인물 하나 나왔다고 생각했다. 약간 못 된 거 같은데 매력이 넘쳤다"고 말했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유아인은 옆집 총각 추상박이다. 극의 중심이 되지 않지만 이따금씩 출연해 웃음을 던져주는 감초 역할이다. 주인공을 도맡아 하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은 작은 역할이지만 변신이 눈에 띈다. 이한 감독의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김희애는 유아인에게 고마움과 대단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영화를 보면 유아인은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망가지는 역할이다. 20대 남자배우가 망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있어보이고 허세 부리고 싶은 나이이지 않나.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며 "연기도 정말 그 사람이 돼서 최선을 다하더라. 모니터도 정말 열심히 하고 놀랐다. 고마운 마음에 아인이에게 '나중에 너 주인공 하는 작품에 옆집 아줌마 필요하면 내가 꼭 해줄게'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밀회'에서 유아인은 천재 피아니스트다. 김희애는 그의 스승이다.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게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다.
 
김희애는 "이 역할을 유아인보다 더 멋있게 소화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매력적이다. 아무리 근사한 배우도 이상한 작품에 들어가면 빛을 잃는다. 반대로 역할과 작품이 딱 맞으면 후광이 나는데 유아인은 '밀회'에서 완벽히 빛이 난다. 아마 많은 분들이 놀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희애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배우자 일은 모른척하면서 응원하는게 좋아"
 
지난 3일 방송된 '힐링캠프'에서 김희애는 "아직도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남편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1989년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등 IT 1세대로서 업계의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날도 김희애는 남편의 일에 대해 여전히 모른다고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하나의 일화를 소개했다. 남편 트위터에 들어간 경험이었다.
 
김희애는 "한 번은 남편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남편 트위터를 들어가봤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업계 얘기들이 오고 가는 것 같은데 전혀 모르겠더라. 한국말인데"라고 웃었다.
 
이 대표는 김희애가 트위터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김희애는 "나중에 남편이 트위터에 들어간 걸 알고 내게 '집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일할 때 위축된다고 하더라"며 "그 마음이 이해됐다. 가끔 드라마 현장에 가족들이 찾아오는데 더 위축된다. 배우자의 일에 아는 척 하고 그러면 더 싸움난다. 모른척 하면서 응원해주는 게 더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도 내 작품은 안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남편이 모니터를 하면 더 위축될 것 같다. 누구는 대본도 맞춰보고 그런다는데 나는 지금 스무살 연하인 남자랑 사랑을 해야되는데 남편이 대본을 맞추면 소름끼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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