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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1명과 169명

2023-02-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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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인간사회에서 한 사람은 개인이자 집단의 구성원입니다. 타인과 부대끼며 사는 한, 사람은 온전한 자기 자신인 동시에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선후배입니다. ‘금배지’를 단 자도 마찬가집니다. 국회의원도 그 자체로 개인이며 사회적으로는 부모거나 자식, 고향 친구이거나 학교 동문일 겁니다. 다른 정치인의 동료 또는 경쟁자이자 소속 보좌진의 상사이기도 하죠.
 
하지만 의원에게는 특별한 위치가 하나 더 주어집니다. 요컨대 의원 한 사람은 홀로 있더라도 한 개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원의 말과 행동은 오롯이 그의 안에서만 나오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의원 1명은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치인은 당사자만의 의견이 나오는 통로로 치부되지 않습니다. 또 국민의 대표자라는 의원의 헌법상 책무는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원칙이 의원들 사이에서 더 잘 지켜져야 하는 이유로도 작용합니다. 국민의 대표자가 모인 집단인 만큼, 이들의 대화는 다양한 국민 사이의 소통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169석을 점한 제1야당 민주당은 최근 이런 의원 개개인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 분위깁니다. 의원들의 언로가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당론’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흔드는 사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찰을 비판하는 장외투쟁이나 현직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일 등이 그것이죠. 모두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당론은 때로는 필요합니다. 정당은 비슷한 정치적 철학과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들이 무언가를 돌파하고자 할 때, 낱알처럼 흩어진 개인보다는 똘똘 뭉친 집단이 위력을 발휘하기 더 쉽습니다. 문제는 당론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다채로운 목소리가 용인돼야 하는 민주주의에서 단일한 의견을 만드는 일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면 그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근래 정한 당론들을 두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각개전투’ 벌이듯 이견을 드러내는 것은, 지도부의 판단이 완전히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곧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전망입니다. 부결을 향한 ‘169명의 당론’이 고개를 들지, 표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각 1명의 자유 투표’로 갈지. 그 기로에 민주당은 서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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