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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차기태의 경제편편)K-방산이 ‘4강’ 되려면

2022-10-12 06:00

조회수 : 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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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가 다시 치고받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각국이 군비를 강화하는 흐름 덕분이다. 그 어느 나라도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은 올해 초 UAE에 지대공미사일 ‘천궁’을 4조원어치 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어 폴란드에 자주포, 탱크, 공군기 등의 대규모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이어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수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방산 전시회에도 세계 각국의 국방정책 고위인사와 군장성들이 대거 나타났다. 슬로바키아는 아예 전세기까지 동원해 참관했다고 한다.
 
한국의 방산 무기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2016~2020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9위(2.7%)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이 기간에 무기 수출은 이전 5년보다 210%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무기 수출액이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섰다. 올해의 수출은 지난해 70억달러를 훨씬 넘어 200억달러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산업연구원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방위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주력 수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핵무기는 한국이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재래식 무기에 관한 한 이제 남부럽지 않은 능력을 갖추게 됐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방산 수출이 세계 4강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이처럼 방산 제품 수출에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남북한 극한대립의 결과이다. 남북한은 1953년 휴전 이후 대립 관계를 70년 동안 이어오면서 군비경쟁을 계속해 왔다. 한국의 경우 특히 1970년대 이후 자주국방을 위한 무기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그 이전에 소총 하나 만들지 못하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각종 첨단무기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역사적으로 군사력 발전은 치열한 대립의 산물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런 과정에서 각종 무기와 전략전술 및 외교술까지 모두 발전했다. 그 덕분에 유럽 각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의 방산 제품도 남북한 대립이라는 역경 속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룩한 성과인 셈이다.
 
세계가 전쟁과 갈등 없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물론 최선이다. 그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그러나 그런 꿈은 쉽사리 성취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비교적 대규모 전쟁 없이 지내왔지만 국지적인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중동지역의 전쟁 등등.
 
핵무기라는 파멸적인 무기도 있지만, 국지적인 전쟁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반면 무기의 필요성과 수요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그 수요는 도리어 더 급증하게 됐다.
 
갑자기 급증하는 수요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한국은 방산업체들이 여럿 성장한 데다, 인접 산업까지 뒷받침하기에 이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K-방산이 괄목 성장하는 가운데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업체들의 도약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대감이 현실화하고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이 우선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부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접 산업과 협력업체들의 동반 발전이다. 방산 무기가 조립 기계 산업의 일종이므로, 좋은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업체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가 때마침 중소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4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상생형 생산성경영체제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4개 회사가 참여했다. 협약에 따라 20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문가의 현장 진단을 통한 혁신 과제를 도출한다.
 
한국 방위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원 대상이 20개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다른 방산기업도 그런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서로 도와가는 노력 속에 K-방산은 더욱 발전하고 세계 4강 진입도 무난히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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