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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가 아쉬운데…김동연의 '이재명 딜레마'

'이재명 지원' 절실, 대장동 의혹 등은 부담…"이재명 선거로는 필패"

2022-05-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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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재명' 딜레마에 빠졌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초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직전 경기지사이자 당의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영향력과 지원은 필수적이다. 반면 중도 확장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거리도 유지해야 한다. 김 후보가 지난 1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혜경씨 법인카드는 분명히 문제 있다"고 말한 것 역시 이 같은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19일 김동연 후보 캠프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후보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대목은 '김동연표 색채'다. 그간 김 후보는 지역화폐 확대 등 '이재명 정책 계승'에 방점을 찍었으나,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결을 달리하고 있다. 김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가 이 위원장의 아바타도 아니고, 독자적 컬러를 내겠다는 게 김 후보의 입장"이라며 "경제부총리 출신의 강점을 살려 경제발전과 도민 삶의 질 개선에서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0시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으로 달려갔다. 경기도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교통 불편을 겪는 데 착안, 해결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9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사당역 4번 출구 인근에서 교통 문제로 고통받는 경기도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민주당 후보 캠프 제공)
 
연장선에서 김 후보의 고민도 있다. 민주당 인사 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김 후보에게 있어 우산과 같은 존재"다. 우산은 비를 막을 때 필요하지만, 햇볕이 있으면 접어야 한다. 특히 당내 기반이 약했던 김 후보로서는 경선 승리를 위해 이 위원장이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현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16~17일 이틀간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43.8% 대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43.2%였다. 오차범위 이내 초박빙으로 격차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특히 김동연 후보의 경우 상대인 김은혜 후보에 비해 대중성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이 위원장의 도움이 절실하다. 검증된 득표력도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경기도는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50.9%를, 윤석열 후보에게 45.6%의 지지를 보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대장동을 비롯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사건은 김 후보에게 부담이다. 박빙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중도층에선 이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김 후보 측은 보고 있다. 김은혜 후보가 경기지사 출마선언 직후 곧장 대장동을 찾은 것도 이 위원장의 지원사격을 받는 김 후보를 궁지로 몰겠다는 전략이었다. 때문에 김 후보로서는 이 위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이 지방선거에까지 여파를 주는 걸 차단해야만 승산이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위원장의 의혹에 대해 김 후보가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중도층은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이재명 선거로는 필패"라고 말했다. 
 
19일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민주당 후보 캠프 제공)
 
이런 맥락에서 김 후보의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고심이 묻어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김혜경씨 의혹은)분명히 문제가 명확하게 있다"면서 "백현동 문제나 성남FC 의혹도 알고 있고,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검찰이 됐든 경찰이 됐든 분명히 조사·수사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혹을)명명백백 밝혀야 하지만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로 정의돼선 안 된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이튿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카를 제 아내가 쓴 게 아니다"며 불쾌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의 거리두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날의 돌출발언도 이 위원장과의 선긋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 우세하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지금 김 후보 캠프에 이 위원장 측 인사와 정책라인이 다 붙어 있는데 두 사람이 어긋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이 수위를 조금 넘은 건 사실이지만 김 후보가 유도 질문에 넘어간 것도 있고, '이재명-김동연 갈등' 이렇게 말할 순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음주 초 이 위원장이 경기도로 유세를 가서 김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김동연 후보 캠프는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용 전 도청 대변인, 정진상 전 도청 정책실장 등도 선대위에서 실무를 지휘하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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