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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국민이 이해 못하는 정인이 양모 감형

2021-11-30 06:00

조회수 :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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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흉악범을 선고하기 전에 사족을 달면 엄벌을 바라고 온 방청인이 불안해진다. 지난 26일이 그런 날이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는 정인양 살인 사건의 모든 사정과 다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 결과 등을 두루 살펴 신중히 결론 냈다고 말했다.
 
이날 정인양 양모 장모씨의 형량은 원심의 무기징역에서 징역 35년으로 줄었다. 방청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장씨는 "정인이를 살려내"라는 절규를 뒤로하고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분명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학대,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장씨의 태도 등 원심과 비슷한 지적을 했음에도 형량이 대폭 줄었다.
 
재판부는 유기징역의 선고 이유로 일곱 가지를 들었다. 계획 살인이 아니고, 정인양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해 사망을 바라지 않은 것 같고, 잔인하고 포악한 본성 때문에 범행했다고 볼 수 없고, 기본 윤리·규범에 적대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이밖에 오랜 옥살이를 통한 반성과 성격 개선 가능성, 세 차례 학대 신고에도 정인양을 못 구한 사회 체계 개선 병행 논리도 폈다.
 
가장 슬픈 사유는 장씨가 살았다는 평범한 인생이다. 재판부는 양모의 대학 졸업과 직업, 결혼 생활을 언급하고 "범행 이전에는 사회적 유대관계 및 가족 내 지지 체계도 비교적 견고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인양이 가질 기회를 뺏긴 '사회적 유대관계와 가족 내 견고한 지지 체계'가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됐다.
 
장씨는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감형을 선물 받았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릴 나이조차 못 살아본 정인양이 떠올랐다. 법원 밖에선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있었다.
 
선고 직후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개인의 잘못된 행동을 사회적 책임에 돌리면 엄벌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물었다. 사회 체계는 고칠 수 있어도 피해자는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 원심도 입양 후 사회적 보호가 거의 차단된 점에 무게를 뒀다.
 
항소심 재판부가 받은 엄벌 진정·탄원서는 1000통이 넘는다. 높은 관심 속에서 양형 요소를 하나씩 검토했을 재판부를 존중한다. 다만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인이를 떠올려주기 바란다. 정인이가 장씨 집에서 풀어보지 못한 선물은 아무리 받아도 모자란 사랑이었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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