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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대기업, 최저금리에도 은행돈 안썼다…대출 1년새 10조↓

잔액 78.8조로 11.4% 하락…회사채 조달 등으로 자금 마련

2021-06-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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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잔액은 1년 사이 10조원가량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조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하반기부터는 가계대출 감소도 전망되고 있어 수익 감소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이 깊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7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78조7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88조9027억원 보다 10조1441억(11.4%) 줄었다.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이달까지 점진적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라 지난해 4~5월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방식)를 적극적으로 늘려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대비했다. 6월부터는 안정세를 찾았다는 판단에서 은행을 통한 자금 확보를 비중을 줄이고, 대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조달 규모를 확대했다. 이러한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져 주요 36대 그룹사가 1분기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7조5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6.6% 증가했다.  
 
이는 직접 조달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가중평균금리는 2.44%다. 올 1월 역대 최저치인 2.41%와 0.03%p 차이로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기업들이 채무상환 목적으로 주로 발행한 회사채 3년물 평균 금리는 1.98%로 0.43%p 낮다.    
 
정부가 유동성 확대를 위해 정책적으로 회사채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줄이고, 기업들의 발행을 독려한 면도 있다. 코로나 사태 직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했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카드를 빠르게 꺼내들었는데, 지난해 4월1일부터 고신용등급(AA등급 이상) 기업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지원했다. 이 펀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질 때 조성된 자금으로 채권을 사들여 시장의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을 막는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수익성 관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대기업 대출은 비교적 수익성이 떨어지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안정적이기에 일정 비중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 연계한 제휴대출로 직원들에 대한 소매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접조달을 통한 자금 확보를 선호하면서 대기업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방안(7월1일)까지 시작되면 총량 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리스크는 더 크지만 고수익을 모색할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고쳤다. 정책 지원만이 아닌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머신러닝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신용평가 전략모델을 제고하는 가하면 직원들의 여신 업무 능력을 상향평준화할 인프라도 개선 중이다. 5개 은행의 중기 대출 잔액은 5월말 521조1892억으로 1년 사이 49조8272억원 증가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 차주의 경우 어려운 시절에 가능성을 믿고 대출을 해준 은행에 대해 타행보다 1%p 금리가 더 높더라도 거래를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용평가 개편에 따라 그간 정성평가 요소로 분류됐던 것들이 정량화되면서 숨은 우량고객을 더 확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불안한 시장 상황에도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조달을 늘리면서 은행 관련 대출 잔액이 1년 새 10조원이 줄었다. 사진은 대기업 본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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