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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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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티지’ 호재, 반짝 특수인가 구조적 변화인가 판가름부터

'품귀→과잉생산' 마스크 사례 피해가야

20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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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기업들과 주식시장이 쇼티지로 난리다. 많은 업종들이 쇼티지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반대로 수혜를 얻고 있다. 당연히 주가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많은 기업들이 쇼티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정 업종 한 곳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여러 섹터에서 진행되면서 상장사들의 주가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쇼티지(shortage)란 공급이 부족해 벌어지는 수급 불일치 즉 품귀현상을 일컫는다. 어떤 특별한 이유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급감하거나, 수요가 갑자기 폭증해서 정상적인 공급으로는 수요를 댈 수 없는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다. 공급이 주는데 수요까지 증가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 쇼티지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맨 끝단에는 코로나19가 있다.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당시의 마스크 품귀 사태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마스크 원료인 MB필터, 부직포 부족으로 공급이 달려 마스크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가 마스크 보급에 직접 개입했는데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개월간 지속됐다. 
 
전국민이 마스크를 구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덕분에 마스크 1위 업체인 씨앤투스성진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 관련 업체들은 코로나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이때 마스크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쇼티지가 발생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품목이 위생장갑, 정확하게는 니트릴 장갑이다. 수술할 때나 쓰던 니트릴 장갑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폭증하는 바람에 이 장갑을 만드는 재료인 NB라텍스, 그리고 NB라텍스를 만드는 원재료인 아크릴로니트릴(AN)과 부타디엔(BD) 수요가 함께 급증했다. 이 원재료를 공급하는 말레이사아 업체엔 주문이 밀려들어 수주잔고가 500일 분이나 쌓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금호석유화학, LG화학 등이 이로 인한 수혜를 얻었다. 
 
 
두 품목이 코로나 사태의 직접 수혜를 얻었다면 나머지는 나비효과로 생긴 쇼티지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했는데, 코로나19로 항구의 하역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져 생긴 일이었다. 운임 상승은 둘째치고 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대체제를 찾는 수요로 인해 벌크선 운임 상승으로 옮겨 붙었고 결국 중고선박 가격, 그리고 새로 선박을 주문하는 수요가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났다. 이것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도 순서대로 올랐다. 컨테이너선단을 가진 유일한 국내선사 HMM 주가가 급등했고 그 다음 벌크선박을 보유한 팬오션이 올랐고 중고선가 하락에 바닥을 기던 선박펀드들 주가도 회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가 작년 11월에 1차로, 올해 3월 중순부터는 2차 상승을 시작했다.   
 
조선주보다 먼저 상승을 시작한 HMM도 상승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랠리가 지속될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쇼티지가 골판지 대란이다. 여기엔 불의의 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이용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택배가 급증해 골판지 수요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골판지 원단 제조업체인 대양제지에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골판지 원지 시장은 태림포장 계열 업체들과 신대양제지 계열사들이 각각 20% 정도의 점유율로 1위를 다투는 중이었고 그 다음이 아세아제지(17.4%), 대림제지 등 삼보판지 계열(12.3%)이 뒤쫓는 구도였다. 이들이 차지한 70% 점유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구도에서 지난해 대양제지 반월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균형이 깨진 것이다.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쇼티지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신대양제지 계열에서 대양제지의 점유율이 7% 정도인데 화재로 1년간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를 다른 업체들에게 조금씩 반사이익이 발생했다.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돌발변수로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로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지 NXP, 인피니온 등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들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이것이 자동차 제조공장까지 멈춰 세웠다. 생산이 중단됐으니 반도체 공장도 좋을 게 없고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더욱 큰 악재라는 점에서 앞선 섹터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인텔이 연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했다는데 그래봐야 지금 상황을 단기간에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어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것은 차량용 반도체보다는 메모리 반도체다. 코로나19로 PC, 노트북, 대형TV 등 가전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D램 가격 모두 오를 조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에 고정거래가격이 PC D램과 서버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20% 이상, 모바일D램은 10%, 낸드플래시 가격도 5%가량 정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당연히 D램 수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 가동중단 여파로 연초에 잠깐 오르다가 석달째 횡보 중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중국 시안(삼성전자)과 우시(SK하이닉스)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요인은 존재한다. 실제로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전 단계 기술인 액침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 등 심자외선(DUV) 장비 중국수출을 전면금지하는 제재안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서 ArF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 반도체와 함께 들어가는 부품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MLCC는 반도체 옆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부품이라서 ‘전자제품의 쌀’로 불린다. 글로벌 1위 제조사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2위는 삼성전기다. 
 
또 가전 등 전자제품 수요가 증가하면 삼화전기, 삼영전자 등이 만드는 전해콘텐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해콘덴서는 전기를 저장 및 전달하는 부품으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들어간다. 요즘 비스포크, 오브제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단가도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다.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건축용 자재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판유리는 모래 등을 녹여서 원판유리를 만들어 쓰는데 이 시장의 절반을 케이씨씨글라스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건축용 유리 등은 동남아산 저가 수입품 때문에 판매가격이 계속 떨어져 고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판유리 운송에 문제가 생겼다. 판유리를 수입하는 컨테이너선 선박이 코로나19로 달리면서 수입물량이 줄고 가격이 상승, 다른 업종들처럼 좋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여주공장에서 용해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판유리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만 않았어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철강제품의 경우엔 중국 내 가격 상승이 도움이 됐다. 중국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중국내 철강제품의 가격이 상승한 데다 중국정부가 철강제품을 수출할 때 부여했던 증치세 환급을 줄이겠다고 한 것. 오랜 기간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골머리를 앓던 국내 기업들은 반색했다. 재고가 많아 쇼티지가 발생할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의 주택 보급 증가와 제품가격 정상화 기대감이 맞물려 철강업체들의 주가도 수개월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밸류체인에서 나타나는 쇼티지는 원재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나 쇼티지를 호재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처럼 그 자체로 악재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쇼티지가 단발·단기 이슈인지 지속성이 있는지에 따라 나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방역 마스크의 경우 초기 생산업체들은 가격 급등과 수요 폭증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지만 뒤늦게 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든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공급 초과로 돌아선 현재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1위 업체 씨앤투스성진만 해도 코로나 특수를 타고 상장했지만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하락해 아직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골판지 업계의 쇼티지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코로나 특수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대양제지의 생산중단은 1년으로 예고된 상태다. 설비를 복구하고 생산을 재개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고착화되는 구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작년과 올해 같은 반짝 특수는 사라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수요의 총량엔 변함이 없이 미리 당겨쓴 가수요라면 주가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가격 전가 능력도 중요하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도 협상력이 약한 납품업체는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쇼티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갑을관계에서 ‘을’이라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을’이어야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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