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의 혐의는 소명되지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고 범죄 중대성 또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현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지만,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동부지법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이달 16일과 18일 두 차례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한 뒤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찰 중단을 결정한 뒤 소속기관 이첩 등 기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전날 서울동부지법 영장심사에 출석해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2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심사 이후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그는 곧 풀려나게 됐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조 전 장관 관련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8월 말부터 120일이 넘게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에 조 전 장관이 연관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와 동생,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까지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은 법원에 출석 직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의 수사에 대해 "검찰의 첫 강제수사 이후 122일째 되는 날"이라며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10월 말부터 올해 초 고발됐던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마침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이 가족 수사를 뒤로한 채 감찰 무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별건 수사'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영장까지 기각되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에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 기각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