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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을 통해 부의 불평등을 분석한 프랑스의 좌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세금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복잡한 계산법 뒤에 숨겨진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너진 세제의 민낯을 공개하며 단순하고 실용적인 누진세율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케티와 이매뉴얼 사에즈 버클리대 교수, 카미유 랑데 런던정경대 교수가 함께 쓴 '세금혁명'은 지난 2012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나온 정책 제언집 성격의 책이다.
저자들은 "프랑스 세제는 복잡함에 마비돼 있고 실질적으로 미약한 누진세율로 정체돼 있다"고 고발한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프랑스의 세제가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아예 철폐하거나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는 개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동일 소득에 동일 세금'이라는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 소득'에 주어지는 아낌없는 면세혜택을 없애 '노동 소득'과 똑같이 세금을 부과해 최소한 수평적 형평성이라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자본'에서 짚었듯 세습자산에서 발생한 자본소득이 심각한 불평등을 이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누진제를 택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득이 높아질수록 역진성을 띄는 조세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중산층까지는 약간 누진적이었던 세금이 5%의 부유층, 특히 상위 1%로 갈수록 역진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역진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부유층에 몰리는 각종 감면 혜택이다. 노동소득에 부과되는 과도한 사회보장기여금도 문제로 지목됐다.
저자들은 프랑스의 많은 세금 중에서도 소득세에 집중했다. 그들이 제시한 소득세 개혁 방안은 '개인소득을 기반으로 실효세율을 적용하는 자동 원천징수 시스템'이다. 여성의 소득을 배우자에게 귀속시키는 제도를 개인화하도록 바꿔 여성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내고, 구간별로 계산하는 복잡한 한계세율 대신 실제 세율을 볼 수 있는 실효세율을 적용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개혁안이 "모든 저임금노동자의 직접임금을 증가시키는 방안"이라고 소개한다. 가장 부유한 3%만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월소득 6000유로 이하에 대해서는 세금 감소를 가지고 온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조세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는 세습자산이 많고 자본소득이 많은 부유층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자들은 "조세개혁이 가장 가난한 이들의 운명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준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유용하며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 좌파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보는 세금제도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 개인 8만명의 자료를 모아 세제 개혁의 영향을 계산하는 모의실험을 통해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성 : 프랑스 세금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에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세부적인 설명들은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현재의 세금 제도가 어딘가 잘못됐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읽어볼 만하다.
▶참신성 : '세금혁명'은 전반적으로 피케티의 전작 '21세기 자본'과 궤를 같이 한다. 부의 불평등을 부추기는 상속자본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21세기 자본'에서 이미 확인했던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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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프랑스의 소득과 세금
프랑스의 성인은 평균적으로 연 3만3000유로의 세전소득을 벌고 18만2000유로의 세습재산을 가지고 있다. 지난 몇십년간 노동소득은 느린 속도로 성장한 반면 세습재산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어왔다. 또한 상위 10%가 전체 세습재산의 62%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더 많이 과세하는 제도가 맞지 않는 시대로,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 부담을 경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프랑스 조세제도는 중산층 수준까지는 약간 누진적이지만 부유층, 특히 상위 1%에 대해서는 역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부유층이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것은 한 나라의 사회적 단결성을 잠재적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다.
2. 21세기프랑스의 소득세
현재 프랑스의 소득세는 복잡한 규칙과 지나치게 많은 예외조항, 미약한 실효 누진세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한계세율 제도에서 최고세율은 41%로 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누진성은 크게 훼손된다. 새로운 소득세에서 한계세율은 투명하고 단순한 실효세율로 변경돼야 한다. 여성의 소득을 배우자에게 귀속시키는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세금을 완전히 개인화해야한다. 새로운 소득세는 인구 과반의 구매력을 늘릴 수 있다. 상위 십분위의 세금회피로 30억~40억유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저소득자와 여성의 고용이 늘며 50억유로의 세금이 증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0억~20억유로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최고소득자와 나머지 96% 사이에서 이전되는 세액은 국민소득의 1%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합당한 수준이다.
3. 전망
다양한 가족 공제 제도는 상위 10%에 세금 역진성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다. 현재의 제도 대신 자녀당 월 200유로 정도를 세액공제한다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부유세에 대해서는 세금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 세습재산에도 부유세처럼 전체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이다. 누진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럽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
■책 속 밑줄 긋기
중산층 수준까지는 약간 누진적이지만,
이후 5%의 부유충, 그 중 특히 1%의 부유층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없이 역진적인 이유는 각종 감면 혜택 때문이다.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더 많이 과세하는 조세제도가 우리 시대에 맞지 않으며,
오로지 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불공정하다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 나라의 사회적 단결성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며,
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함께 해야 하는 노력과 공동의 계획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
■별점 ★★★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