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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일탈'을 꿈꾸는 당신에게 필요한 심리학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한빛비즈 펴냄
입력 : 2016-04-12 오전 8:57:16
"어지러운 책상이 어지러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텅 빈 책상은 무엇을 보여주는 걸까?"
 
어렸을 적 엄마에게 '제발 방 좀 치워'라는 잔소리를 들었을 때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이 말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어지럽고 지저분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깨끗한 곳에 있던 사람들보다 창의성을 더 잘 발휘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반박했다면 청소와 정리정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는 섹스와 음주, 욕 등 흔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빠져들게 되는 것들에 대한 심리학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영어로 골칫거리나 말썽꾼을 말하는 '블랙쉽(black sheep)'으로 '나쁜 짓의 숨은 혜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나쁜 짓들이 가져다 주는 이점에 대해 심리학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섹스는 정신적으로 이성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자 안면근육 운동 유도해 동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고, 욕은 통증을 줄이는 훌륭한 방법이자 특정 집단 내에서는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음주는 주의력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그 덕분에 창의력이 높아지고 개인의 매력도를 높인다. 과음한 다음 날 느끼는 지독한 숙취는 나쁜 음주습관을 막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껌을 씹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고, 스카이다이빙과 같이 극한의 스트레스를 끌어내는 익스트림 스포츠는 오히려 행복감이나 희열감을 높인다.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 낙서를 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지루함은 창의성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일탈을 즐기고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의 변명처럼 들리는 이야기들다. 하지만 근거로 제시되는 각종 과학적 실험과정을 읽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욕과 통증의 상관관계는 저자인 리처드 스티븐슨이 직접 실험을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을 때 처음 몇번은 욕을 통해 참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로 스티븐슨은 지난 2010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일탈의 이점을 엮은 이 책으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옵저버가 뛰어난 과학 저술에 주는 상인 '웰컴트러스트 과학저술상'을 받았다.

▶전문성 : 우리가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일탈의 장점을 다양한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가 첫머리에서 밝히듯이 특정 주제에 관한 논문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고 있다. 

▶대중성 섹스에서부터 음주, 욕설, 과속, 사랑, 익스트림 스포츠, 시간 낭비, 근사체험에 이르기 까지 넓은 범주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심리학 이야기는 대부분이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연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중적인 과학서"라는 목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참신성 : 사회적인 규범과 시각에 갇혀 터부시했던 것들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일탈에 대한 떳떳한 변호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참고할 내용이 많을 듯하다.
 
■요약
 
1. 성생활의 이로움
성적 흥분은 마약을 복용하거나 좋아하는 축구팀의 득점 장면을 볼 때처럼 뇌의 보상경로를 활성화한다. 섹스는 즐거운 행위라는 뜻이다.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남성과 여성이 아주 비슷한 뇌 활동을 보이며 이는 이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안면근육을 활성화시켜 젊고 탄력적인 외모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통증이나 불안을 더 잘 견디게 하기도 한다. 다만 의사결정력을 극단적으로 손상시킨다는 리스크도 있다. 
 
2. 자, 건배!
알코올이 주는 혜택의 상당부분은 주의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에서 출발한다. 적정한 음주는 주의력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켜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감정을 교류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도 술의 힘을 빌리면 사교성이 높아질 수 있다. 술은 상대방을 또 자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하도록 돕는다. 비록 숙취가 끔찍하긴 하지만 이는 술을 절제하는데 꼭 필요한 정지 버튼의 역할을 한다. 
 
3. 더럽게 좋다
하위계층에서 상위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욕을 사용하는 빈도는 줄어든다. 하지만 고위관리직과 고급 전문직이 포진한 중상류층은 중하류층보다 300% 넘게 욕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은 감정적인 전율을 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욕을 하면 통증을 참는 데에도 효과가 있지만 내성도 있어 초기 몇번에만 적용된다. 욕을 통해 특정 종류의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 친밀한 집단 안에서는 욕이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4. 질주 본능
운전면허를 딸 때 배운 것처럼 양손을 핸들위에 2시와 10시 방향으로 올려놓고 운전하는 사람은 과속을 할 가능성이 낮다. 운전 속도가 높아지면 안전할 확률은 줄어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과속과 충돌위험 증가를 연결하지 못한다. 속도를 높이는 것은 운전자에게 일종의 극복해야할 도전 상황을 제시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지루한 운전 행위를 도전적으로 바꿔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과속을 하는 것이다. 
 
5. 사랑은 해볼 가치가 있어
우리는 흔히 사랑에 빠져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생리적 반응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뛰어난 외모보다는 평균적이고 흔한 얼굴에 매력을 느낄 확률이 높다. 감정적으로 사랑은 불안감이나 초조감, 우울감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사내연애는 해고될 가능성을 높이고 외도는 사망 확률을 높인다. 그러나 사랑은 혈당수치를 높여 활기찬 기분,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운명의 사랑과 결혼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결혼생활 만족도가 더 높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장기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더 높은 만족도를 느꼈다.
 
6. 내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스트레스에는 착한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가 있다. 유스트레스는 감정적 자기조절을 우해 사용될 수 있으며 정체감 형성과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엔도르핀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천식환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착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곤란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7. 시간 낭비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아이작 뉴턴이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던 것은 캠브리지에서 벗어나 시골마을에 있는 고향집에 있을 때였다. 뉴턴의 사례처럼 공상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정돈되지 않은 어지러운 방은 창의성을 높인다. 지루한 상황에서도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창의성이 발휘된다. 껌 씹기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며 낙서는 집중력을 높인다. 
 
8. 죽음의 문턱에서
죽음의 순간은 상상만큼 끔찍하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을 문턱에서 경험하는 근사체험이나 유체이탈의 경험은 오히려 죽음이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있었을 때의 경험을 기억해냈던 환자들 중 불쾌감이나 고통스러움을 떠올린 환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유쾌하고 평화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책 속 밑줄 긋기
 
욕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배출구가 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언어로 욕을 선택해도 된다. …
욕을 포함한 문장은 욕을 빼고 말했을 때 보다
상대에게 감정을 더욱 확실히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운전조건이 도전할 요소가 전혀 없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할 때
속도는 지루함의 표현이라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지루함의 해독제로서 과속한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별점 ★★★★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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