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있습니다." 톰 망가스 스타우드호텔앤리조트 회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스타우드는 웨스틴과 쉐라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호텔 기업이다. 매리어트를 포함한 몇몇 미국기업들과 중국의 안방보험 사이에서 벌어졌던 스타우드 호텔그룹 입찰 건에 대한 표현이었다. 안방보험은 지난달 말 돌연 스타우드 호텔 그룹에 대한 인수를 포기했으나 마지막까지 경쟁사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안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기업이다. 안방보험의 급작스런 인수 철회로 스타우드는 결국 매리어트가 차지했지만 높아진 인수가격 때문에 계획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망가스 회장이 말한 '놀이기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며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 기업들의 재무전략을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기업 사냥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스위스의 신젠타를 인수한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런젠신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문서를 건네는 모습.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중국 최대의 해외기업 인수 사례이며, ‘빅딜’로 주목 받았다. 사진/AP·뉴시스
중국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는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달 초 중국의 1분기 M&A 규모가 전 세계 거래의 15%를 차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분기별로 봤을 때 중국이 기록한 역대 최고 M&A 시장 점유율이다. 1분기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6820억달러로 그 중 중국기업이 인수자로서 지불한 금액은 1010억달러에 이른다. 1분기 총액이 이미 지난해 중국의 연간 총 M&A 거래액인 1090억달러와 맞먹을 정도다.
왕성한 식욕으로 M&A 시장에 달려드는 중국기업들은 그동안은 자국에서만 활동해 국제적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외국기업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자재와 에너지 산업에 집중했지만 점차 화장품에서 건축설비, 영화제작, 비료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외국기업 인수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재무제표 상의 부채비율이 이미 높은 중구기업들은 외국기업을 사기 위해 또 다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대규모 차입금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는 중국기업들의 전략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진출 욕구 커지며 M&A에 '적극적'
중국 기업들의 아웃바운드(해외) 투자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국의 경제성장 둔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한 해 전보다 0.4%포인트 감소한 6.9%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이르자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년째 진행되고 있는 위안화 약세 현상도 중국 기업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위안화 가치가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위안화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이 점도 중국기업들이 외국기업 인수에 서둘러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 인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 5년간 글로벌 M&A 거래 중에서 중국의 해외 M&A의 비중은 연평균 약 6%에 불과했다. 스타우드 입찰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투자회사 프리마베라캐피탈의 프레드 후 회장은 "중국이 해외기업 거래에서 체급 이하로 활동해왔다"며 "(앞으로) 가속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 등 중국 보험업계가 점차 M&A 규모를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산업 전체 자산의 2%도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외국기업 투자에 소극적이었음을 인색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빚 많고 현금 부족해 재무 리스크 높아
그러나 M&A에 몰두하는 중국기업의 재무구조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중국기업들은 대개 인수대상 기업보다 더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다. 2015년부터 인수자로서 M&A 거래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의 부채비율 중간값은 71%에 이른다. 반면 이코노미스트가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수대상 외국기업의 부채비율은 44%에 그쳤다. 중국기업들은 현금 여유분(cash cushion)도 적으며,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은 단기부채의 약 25% 밖에 되지 않는 등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유동성이라는 비정상적 재무구조가 유지될 수 있던 것은 관대한 중국 채무자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세계 시장에서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기업들이 M&A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면서 부채가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민은행이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자금 조달이 쉬워진 것도 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은행은 기업의 해외진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 안전하게 글로벌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중국정부도 은행의 M&A 자금 대출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대상 기업의 현금 흐름이 좋다면 대출은 더 쉽게 이뤄진다. 은행은 인수대상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선호한다. 차입매수란 외부에서 조달한 금액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이 인수하려는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수익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조달해 기업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M&A가 성사되면 매수한 기업의 수익이나 자산 매각 대금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적은 자기자본으로 큰 기업 인수가 가능해 중국기업들이 특히 선호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앞다퉈 인수자금 대출
HSBC, 크레딧스위스, 라보뱅크, 유니크레딧 등 외국은행들도 중국의 M&A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빅딜'은 지난달 있었던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세계 1위 농약종자회사인 신젠타 인수 건이었다. 외국은행들은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430억달러에 인수할 때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거래를 도왔다. 신디케이트론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다수의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서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인수하려는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은행들은 M&A 거래 자체에서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계산을 바탕으로 자금을 대주고 있다. 정관계 내력이 탄탄한 중국기업을 중부가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런젠신 켐차이나 회장과 우샤오우이 안방보험 회장은 모두 정관계 인사다. 이들은 M&A 추진 과정에서 중국정부의 엄격한 규제에서 대체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웃바운드 M&A로 '재무 개선 효과'
빌린 돈으로 M&A에 나서는 중국기업의 실질적인 혜택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재무적인 이점이 있다. 첫째, 부채에 대한 부담을 안고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합병 후 재무구조가 나아지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건설장비 제조회사인 주밀리언(Zoomlion)의 경쟁사 미국 테렉스(Terex) 인수가 전형적인 사례다. 인수 전 주밀리언의 부채는 EBIT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의 83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34억달러의 차입금으로 테렉스를 인수한 후, 합병된 회사의 부채비율이 18%로 크게 낮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둘째, 중국기업은 주요 재무지표와 기업 가치평가를 M&A에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해외 시장에서보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훨씬 후하게 가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수기업들의 주가수익률(PER)의 중간값은 56인데 인수대상 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은 절반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 증자해 조달한 자본으로 시각에 따라서는 반값에 나온 해외 자산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어 입찰 경쟁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얼핏 보면 중국기업들이 비싼 값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 같지만, 중국 자본시장에서 은행과 주주들이 그만큼 돈을 낼 의향이 있는 한 중국기업들에게 아웃바운드 M&A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신지선 토마토CSR연구소 연구위원 jis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