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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테러집단 IS 격퇴, '소프트파워'가 답이다
세계 석학·전문가가 제시한 IS 해결법 살펴보니
입력 : 2015-11-17 오전 11:17:45
13일의 금요일 프랑스의 심장인 파리가 공격당했다. 프랑스 정부는 130명 이상이 사망한 이번 공격을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파리에서 테러의 첫 총성이 울리고 채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프랑스는 전폭기 12대를 출격시켜 이슬람국가(IS)가 수도로 자칭한 시리아 북부 락까에 20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핵 항공모함 샤를드골함 전단도 시리아가 있는 페르시아만에 파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극악한 테러에 톨레랑스(관용)는 없다"며 주변국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나섰다. 미국도 리비아 공습으로 IS의 지도자 아부 나빌을 사살하고 IS의 돈줄인 연료 수송트럭 115대를 파괴하는 동 공격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지상군 투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극악무도한 테러세력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군사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은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서방 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지 15년이 지났으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여전히 진행중인 것만 봐도 군사력을 통한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군사도발은 오히려 IS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모집에 도움을 줘 IS에 새 피를 수혈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국가(IS)가 지난 16일 공개한 비디오의 한 장면. IS는 날짜와 장소를 명시하지 않은 이 비디오를 통해 시라아 공습에 참여한 국가들은 프랑스처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로이터통신
 
IS를 필두로 한 현재의 테러세력은 과거와는 다르다. 테러 집단으로서는 전례 없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SNS) 상의 전술은 그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진화한 테러 세력에 맞서려면 대응 전략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IS를 근본적으로 패퇴하기 위해서는 군사 공격과 함께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공격해 극단주의세력의 결속을 흔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프트파워 없이는 IS 이길 수 없어"
 
지난 2009년 오바마 정권 최초의 무슬림 특사를 역임한 파라 팬디스는 파리 테러 직후 미외교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프트파워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한 극단주의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프트파워는 문화나 예술 등의 영향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리아 영토를 차지하면서 군사력을 과시한 IS는 심리전에서도 매우 능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테러를 벌이면서 공포를 확산시키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IS 추종세력인 '외로운 늑대'를 모집하면서 성공적으로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리 테러가 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만큼 앞으로도 동조세력을 포섭하는 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팬디스 전 특사는 "IS는 외부에서 존재가 취약하게 느껴질 경우 조직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IS에게는 내러티브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IS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군사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내러티브를 파괴할 수 있는 이념전쟁에도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세계 각국의 무슬림 청년들이 IS의 조직원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팬디스 전 특사는 이같은 심리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역 활동가들이 극단주의자들에 맞설 수 있도록 필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하거나 자금모집을 돕는 파트너가 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IS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 자녀를 둔 부모에게 IS의 접근을 확인하고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가 지난 2012년부터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등 민간 차원의 대응이 있지만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디스는 "이념적인 접근은 군사적인 접근과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통령 직속 지휘 기구를 만드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의 경우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와 2005년 런던 테러 이후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극단주의자에 대한 대응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팬디스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무슬림을 포괄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S 등 극단주의 세력이 내세우고 있는 '우리(무슬림) 대 그들'의 이분법은 9·11테러 이후 소외감을 느끼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무슬림 청소년들을 포섭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뒤집어 보면 무슬림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면 IS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테러가 더 많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유럽 국가들이 이민자 유입 과정에서 몰려온 무슬림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군 지상군 투입은 역효과 낼 수도…아사드 정권 몰아내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석좌교수는 IS가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 제3자가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소프트파워 이론의 선도자인 나이 교수는 파리 테러 발생 전인 지난 9월 세계 지도자들의 온라인 토론장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를 통해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은 필요하지만 지상군은 미군이 아닌 수니파 아랍인과 터키인들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IS가 ▲초국가적 테러리스트 그룹 ▲초기 형태의 국가 ▲종교에 뿌리를 둔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알카에다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이지만 영토를 확보했고, 이교도와 시아파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지하드적 정당성을 얻게 돼 알카에다보다 진화한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IS는 자신들이 이란을 주축으로 하는 시아파에 맞서는 유일한 정통 수니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IS에 합법성을 부여하며 세력 기반을 제공하는 영토를 빼앗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같은 하드파워를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군이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IS의 소프트파워가 강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이는 IS 대원모집을 활성화할 수 있다. 미군이나 시아파가 IS와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이교도들이 이슬람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한 공격에 나선다는 IS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교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이 IS의 소프트파워를 흔들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아사드 대통령은 수니파를 학살했는데 IS는 이를 이용해 수니파를 죽이는 독재자를 타도하자며 수많은 외국인 지하디스트를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외교적 임부는 시리아 국가 체제를 지키는 한편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설득해 아사드 제거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리아 북부의 비행금지구역과 안전지대를 이용해 이같은 외교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선다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향후 10년 안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IS 격퇴에 성공하더라도 유사한 극단주의 수니파 단체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와 이스라엘의 안보, 핵확산 방지, 인권 등 다양한 이슈를 고려했을 때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국가 및 단체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으로 '봉쇄와 유도'라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은 여전히 강경대응 요구
 
IS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외신을 보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한 상황이다. 로저 코헨 뉴욕타임즈(NYT) 칼럼니스트는 "지리하게 이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면 지상군 투입이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IS에 대한 공격이 지하디스트 모집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IS를 무찌르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IS의 파리 테러를 비판했다"며 "추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격퇴를 위한 유엔(UN) 결의안에 훼방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이번 파리 테러에 대해 시민사회는 즉각적으로 잔혹한 학살에 대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정보교류 활동을 강화하며 조준된 군사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장기전을 할 수 있는 때도 있었지만 파리 테러로 IS를 박멸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났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으며 인디펜던트는 "그 어떠한 보안을 통해서도 IS를 막을 수 없다"며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공습과 아사드 정권의 지상군 투입을 통해 테러리스트 그룹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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