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 이란대사관 외벽에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현수막엔 "세계는 언제 전쟁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란 문구가 이란 여성과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남부 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175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입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전경. (사진=뉴시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인하지만, 미군이 표적 설정을 잘못해 초등학교를 오폭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당시 미군이 국방정보국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 설정을 했는데, 이 데이터에 기존 해군 건물이 학교로 바뀌었단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더구나 표적 데이터 처리와 정보 분석에 미국 기업 팔란티어의 군사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엔트로픽의 클로드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가중됐습니다. 미군은 첫 공습 이후 24시간 동안 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이번 전쟁은 AI의 군사적인 활용이 전면화된 첫 번째 전쟁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오픈AI가 2022년 말 챗GPT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생성형 AI 열풍이 분 지 불과 3년여 만입니다. 특히 빅테크들이 대화하는 '생성형 AI'에서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로의 진화를 언급하기 시작한 와중에, 그 AI 에이전트의 파괴력을 전쟁에서 먼저 확인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도 AI 기반 국방 강국을 목표로 국방 AI 개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팔란티어 육성과 AI 방산기업 지원 정책들도 내놨습니다. 모든 전쟁에 비인간적인 잔혹함이 있지만, AI에 의한 전쟁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란대사관에 걸린 현수막 속 피해자들이 무고한 여느 전쟁 피해자들과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