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켜면 무엇을 볼지 고민할 틈도 없이 화면에 추천 콘텐츠가 줄줄이 펼쳐진다. 수많은 정보 속을 헤매지 않아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알아서 찾아주는 '알고리즘' 기능 덕분이다.
우리는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어느새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이렇게 플랫폼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나타나는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알고리즘을 통한 편리함은 의존으로 바뀌기 쉽다. 처음에는 내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알고리즘이 이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알고리즘은 수많은 콘텐츠들 중 일부를 먼저 골라 우리 앞에 내놓는다.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는 다시 알고리즘의 학습 자료가 된다. 이 같은 과정의 반복을 통해 알고리즘은 우리 취향을 더욱 정교하게 파악해 나간다.
결국 선택권의 역전이 일어난다. 우리가 무엇을 볼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먼저 보여준 콘텐츠들을 고르는 데 익숙해진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플랫폼이 선택권을 쥐는 상황으로 전환된다.
주의력 저하도 불가피하다. 영화 한 편만 보고 끝내려 해도 관련 콘텐츠가 이어지고,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보고 나면 비슷한 뮤직 비디오가 계속 추천된다. 의식적으로 종료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여러 편의 콘텐츠들을 시청하는 일은 순식간이다. 여가시간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공부나 업무처럼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려되는 건 취향의 외주화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읽을지 스스로 고르는 과정을 건너뛰고 알고리즘의 추천에만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에 놓일 수 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잘 알수록 우리는 알고리즘에 더 기대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익숙한 정보만 접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과 낯선 관점을 마주할 기회도 그만큼 잃기 쉽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춰진 세상을 편항적으로 바라보게 될 가능성 역시 커진다.
물론 알고리즘 자체는 대단히 유용한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것을 빠른 시간 내 찾게 해주고,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도 발견하게 해준다. 무턱대고 알고리즘을 거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알고리즘 전성시대에 필요한 건 알고리즘과의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추천을 활용하되 다른 콘텐츠도 직접 찾고, 때로는 추천되지 않는 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동 재생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정한 지점에서 멈추는 소소한 자제력도 길러야 한다. 편리함은 누리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무엇을 보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언제 멈출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