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의 중심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의 유수 빅테크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인력을 토대로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고, 세계도 미국이 AI 기술의 패권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대규모언어모델(LLM), 반도체 설계, 클라우드 플랫폼, AI 생태계 등이 미국 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이 초대형 오픈웨이트 모델인 '키미(Kimi) K3'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AI 업계의 파란이 예고된 탓이다. 2조8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키미는 아직 종합적인 성능이 클로드 '페이블5', 오픈AI의 'GPT-5.6'에 미치지 못하지만, 관건은 추격 속도다.
그간 미국과 중국 간 AI 기술은 1년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키미 출시로 그 격차가 2개월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세계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새로운 패권 경쟁 질서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및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AI 분야에서는 아직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승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경제 수준, 인구, 데이터 규모, 투자 여력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처럼 수십조원 단위의 투자를 통해 직접 경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는 전략 역시 장기적으로 우리 AI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AI 산업 모든 분야를 목표로 설정하기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효율적으로 선별하고 이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십분 활용하고 제조 및 ICT 인프라를 AI 결합, 공공 행정, 도시, 국방, 의료 등 우리 산업과 밀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다.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DC), 전력 인프라의 꾸준한 확충, 산학 연계를 통한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 구축도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정부는 규제보다는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며 빠른 템포로 변화하는 AI 시대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AI 패권 경쟁이 점점 심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상, AI는 앞으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만의 강점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든다면, 우리는 AI 시대의 추격자가 아닌 새로운 산업 질서를 이끄는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건 우리의 길을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걷는지다.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