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 주말 중학생인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관람했다. 닌텐도의 스테디셀러 게임인 '슈퍼 마리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답게,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을 중심으로 객석이 가득 메워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그래픽, 스피디한 전개, 곳곳에 숨어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여서인지, 끝나고 나서도 호평하는 관객이 많았다. 최근(이달 4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다만 엄밀히 말해 새로울 것은 없는 영화였다. 주인공인 배관공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가 모험하며 피치 공주를 구한다는 공식 스토리라인에 충실한 영화였던 탓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뭔가 더 특별했다.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배경에는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이 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관람하면, 스토리 자체는 평범할지 몰라도 하나의 강력한 IP가 어떻게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지에 대해서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사실 슈퍼 마리오는 지난 1985년 첫선을 보인 이래, 단순한 게임을 넘어 대표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마리오 특유의 정체성, 버섯 월드 세계관, 독특한 스토리라인 등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요소들은 세대를 초월한 소비자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왔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시대에도, 슈퍼 마리오는 소비자들에게 기억되고 반복적으로 소비되며 글로벌 대표 IP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IP의 힘은 단순히 게임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슈퍼 마리오가 증명해냈다. 마리오라는 캐릭터는 이번 갤럭시 영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음악, 굿즈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나의 성공 IP가 연관 산업에 연쇄적 경제 효과를 일으키며 일종의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한다.
소비자들은 게임을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다. 오히려 마리오 영화를 본 소비자들이 역으로 게임을 찾아 즐기는가 하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험의 확장 선순환이 발생한다.
특히 이번 영화는 IP의 영역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기존 작품들과 다른 우주라는 새로운 배경 속에서도 마리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IP가 단순히 반복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해석되고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슈퍼 마리오와 같은 IP의 가장 큰 무서움은 신뢰에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검증된 IP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느끼기 마련이다. 통상적으로 콘텐츠 신제품이 안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이마저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보여준 기존의 친숙함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창의성 조합은 이 같은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슈퍼 마리오는 하나의 IP가 어떻게 시공을 초월해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특히나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발적인 흥행을 넘어 슈퍼 마리오와 같이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IP를 구축하는 일이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스틸컷. (자료=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