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통신 3사 수장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내년 통신업계 경영 화두로 해킹 리스크 극복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신사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서도, 대형 정보 유출과 보안 사고가 반복되며 통신사의 신뢰 기반이 흔들린 까닭입니다. 내년은 해킹 사고에 대한 정부 제재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당장 통신 3사 CEO 앞에는 성장 전략보다 먼저 보안 리더십과 책임 경영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조인 출신 CEO 체제를 맞은 SK텔레콤은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를 둘러싼 보상 문제를 두고 법적 분쟁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자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SK텔레콤은 이미 전 고객 대상으로 보상안 수준의 혜택을 제공했다며 추가 조치를 거부한 상태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인당 1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습니다. SK텔레콤은 위원회로부터 결정서 수령 이후 15일 내에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앞서 권고안에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을 감안,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SK텔레콤은 "내용을 면밀히 검토 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K텔레콤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민사소송 등을 통해 분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여기에 개인정보위의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해 과징금 규모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제소 기한은 내년 1월20일까지입니다.
통신 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 사)
박윤영 차기 대표 후보 인수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KT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해킹 사고 자체는 김영섭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 책임이지만, 고객 신뢰 회복과 조직 안정이라는 과제는 차기 CEO 몫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특히 KT에 대한 해킹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을 경우 차기 CEO는 해킹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내부 동요를 수습하면서 동시에 대외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예상됩니다.
홍범식 대표 체제 2년 차에 접어드는
LG유플러스(032640) 역시 해킹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LG유플러스는 외부 화이트해커로부터 내부 서버 해킹 정황을 통보받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공식 신고했습니다. 서버 계정 권한 관리 시스템(APPM) 서버 해킹 정황이 포착된 이후 신고와 관리 미흡 의혹으로 경찰 수사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2월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업무보고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내년은 해킹 사고에 대한 정부 제재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정보위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이나 대형 해킹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매출액 연동 과징금 부과, 영업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해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법에 과징금을 신설해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국회에서도 통신사 등 대규모 개인정보 처리 사업자의 관리·감독 의무를 명확히 하고, 사고 발생 시 경영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묻는 방향으로 법·제도 정비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킹 사고는 더 이상 기술 부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의 경영 판단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직접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해킹 리스크가 단기 대응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공지능(AI) 전환과 데이터 활용 확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확장은 통신사의 공격 표면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이 곧 보안 취약 지점 확대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은 비용이나 규제 대응 차원이 아닌 구조적 경영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통신 3사 CEO의 성적표가 신사업 성과보다도 먼저 보안 대응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고를 막았는지를 넘어, 사고 발생 시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있게 대응했는지, 피해자 보호와 신뢰 회복에 어떤 원칙을 세웠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이후의 대응 방식이 기업의 신뢰와 경영 평가를 가른다"며 "내년은 통신사 CEO들에게 보안 리더십이 실질적으로 시험받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