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별 성향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인 회장이 현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내세운 가운데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 장재곤 종로광장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도전에 나섰습니다.
새마을금고 안팎에선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김 회장과 다크호스로 부상한 유 이사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제20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에 김 회장과 유 이사장, 장 이사장 등 총 3명이 출마합니다. 이들은 지난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본 후보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번 선거는 전국 1262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충남 천안 MG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서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치러집니다.
사진은 왼쪽부터(기호순)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장재곤 종로광장새마을금고 이사장 모습.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인, 현직 프리미엄 강세
김인 회장은 2023년 12월 박차훈 전 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직무대행을 맡았고, 보궐선거를 통해 중앙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는 건전성 관리가 꼽힙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8.37%까지 상승했으나 부실채권 전담 자회사 MG새마을금고자산관리회사(MG AMCO)를 활용해 9월 말 6.78%까지 낮췄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김 회장이 내세운 핵심 공약은 4조원 규모의 '경영 합리화 기금' 조성입니다. 해당 기금을 활용해 부실 우려가 있는 금고의 자율적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금고에 상생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은행보다 완화된 수준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추진해 금고의 영업 경쟁력을 높이고, 금고 취급 권역을 전국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복지사업과 취급 업무 범위를 넓히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지자체 협약 대출 확대를 통해 지역 밀착형 금융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 취급 활성화, 여신 제도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 중앙회와 연계 투자 확대를 통한 자금 운용 수익 증대 등도 주요 공약에 포함했습니다.
다만 김 회장을 둘러싼 성희롱 및 음란 발언 논란이 최대 변수입니다. 김 회장은 새마을금고 직원에게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혐의로 피소된 상태로, 현재 용산경찰서가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선거 종료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당초 김인 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성 비위 혐의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며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격에 대한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재춘, 중앙회 '개혁 드라이브'
유재춘 이사장은 중앙회 개혁 필요성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중앙회를 '지시하는 조직'이 아닌 '지원하는 조직'으로 전환하고, 개별 금고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정상화 추진을 비롯해 중앙회의 권한 이양, 자율경영 보장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표심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유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손실금 보전을 위해 부실채권 정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정상화 공동펀드 운영을 제시했습니다. 고위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직접적인 사업비 지원과 충당금 기준 재설정 등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중앙회의 직접 지원과 출자 방식 편성을 강조했습니다. 중앙회 직제 정비와 검사권한 이양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 연계한 저리 정부지원금 유치를 통해 금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이사장 처우 개선과 중앙혁신위원회 설립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제도 개선과 입법 지원을 위해 선거운동에 앞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정청래 여당 대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잇따라 만나 국회와 협력 기반을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 이사장은 선거 기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영남권과 충청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으며, 다른 지역도 직접 돌며 수백 명의 금고 이사장들과 접촉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재곤, 파격적인 공약으로 판도 흔들
장재곤 이사장은 당초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로 예비 후보자 등록 기간에 깜짝 등장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회장과 유 이사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장 이사장은 홈플러스 인수 등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선거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제시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 이사장은 유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중앙회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중앙회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고 피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중앙회장의 단독 의사결정 체계를 공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며 감사 기능의 독립성도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금융·유통 상생 플랫폼'을 내세우며 공약으로 홈플러스 인수를 제시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조2000억원을 출자하고, 회원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코스트코와 유사한 회원제 유통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사태 여파와 부동산 PF 부실로 상당한 자산이 묶여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핵심은 이사장들이 개혁을 선택할지 안정을 택할지에 달려 있다"며 "후보자들이 전국 이사장들과 얼마나 폭넓게 네트워킹을 구축했는지가 승부를 가를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