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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한일 무역분쟁 촉발 '조짐'…반도체 생산차질 우려

'강대강' 대결 국면, 전문가들 "신중하게 접근해야"

2019-07-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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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한일 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아베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적인 논쟁과 별도로 경제분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왔던 한국 정부도 이번 조치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한일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대강 분위기의 무역분쟁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기업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거란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에 따른 외교 문제를 경제분야로 확대하겠다는 일본의 조치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동 이후 이틀 만에 나온 갑작스러운 조치에 긴박한 모습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가 WTO 원칙은 물론 지난주 일본이 주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과도 배치된다"며 WTO 제재를 포함,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소재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작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와 업계는 일본의 대응을 준비하며 일부 재고를 확보해놨지만 3개월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4일부터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재 강화에 이어 다음달부터 첨단재료 등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백색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10~11월부터는 피해가 불가피한 것이다. 4일부터 제재가 예고된 품목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은 물론 관련 협력업체에서도 수입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무역조치가 자칫 우리 경제에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대화를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기존의 특혜를 제외하는 교묘한 방식을 활용하는 만큼 제재가 쉽지 않은 데다 우리 경제의 일본 의존도를 감안할 때 우리측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취지다.
 
성한경 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서로 제재했을 때 절대적인 피해규모는 일본이 클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력 등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훨씬 불리하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하는 상황인지 모니터링 등 철저히 준비하되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 제소로 가더라도 2심이 작동하지 않아 일본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로 상응조치로 대응해 무역분쟁으로 치닫는다면 세계시장에서 양국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일 관계가 이명박 정부부터 장기적으로 악화일로를 이어온 만큼 국익을 고려해 우호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방향으로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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