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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일본 이어 스웨덴 스타트업 '열공'하는 박영선

박 장관, 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 수행…대·중기 협력 등 혁신현장 살필 듯

2019-05-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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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출장으로 일본 내 혁신기업을 찾은 데 이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박 장관은 6월 9~16일로 예정된 대통령 북유럽 3개국 순방길을 수행하며 혁신의 현장을 살필 예정이다.
 
30일 중기부와 주한 스웨덴 대사관 등에 따르면 박영선 장관은 지난달 취임 8일 만인 지난달 16일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와 면담을 가졌다. 스웨덴은 에릭슨, ABB 등 주요 대기업이 지역 내 중소기업·스타트업과 협력해 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해온 성공모델로 꼽힌다. 박 장관은 오는 5일 열리는 스웨덴 국경일 행사에도 참석한다. 면담 당시 할그렌 대사가 박 장관에게 축사를 요청해 즉석에서 수락이 이뤄졌다. 박 장관은 한-스웨덴 의회 친선 협회 회장직을 오래 맡은 바 있어 스웨덴과 인연이 깊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류 연계 중소기업 판촉 행사인 케이콘 2019 재팬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스웨덴은 박 장관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온 '상생과 공존'이 실현된 사례로 거론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스타트업에 혁신 노하우를 공유하는 혁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ICT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성장산업을 키워낸 나라로 평가된다. 박 장관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중심경제로의 체질개선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협력사례 발굴·확산을 위해 네이버와 포스코를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전통산업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해결한 것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에릭슨을 기반으로 발전한 스톡홀름 인근의 시스타 과학도시는 대기업 주도로 지역 내 혁신생태계를 키운 대표 사례다. 1970년대부터 시와 에릭슨이 발전시킨 도시로, 1976년 에릭슨 연구소가 이전한 데 이어 2003년에는 본사를 이전시켰다. 현재 지역 내 기업의 93%가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유럽 내 가장 큰 ICT 클러스터로 발돋움했다. 조선, 자동차 등 주요산업 위기로 인한 지역경제 붕괴 부작용을 앓고 있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케이스다.
 
스웨덴이 대·중소기업 협력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한 바탕에는 제도개혁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개혁을 단행한 이후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연금개혁과 법인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50% 수준의 법인세를 20%대까지 낮춰 기업 부담을 줄이는 한편, 이에 따른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근로자의 연금 기여율을 1%에서 9%까지 크게 늘렸다. 사회민주당의 반발 속에서도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에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에너지세 97%를 감면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성공경험에 비추어볼 때 현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스웨덴의 경우 과도한 복지와 세금부담을 일부 해소하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와 반대로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 등 양극화 완화와 복지 확충을 위한 노력과 함께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등 디테일에서 실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TP) 등 지역 내 '상생과 공존'을 위한 협업 네트워크의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기부는 작년 초 창경센터를 개방형·자율성·다양성 등 3대 원칙 하에 운영되는 지역 혁신허브로 개편하기로 했지만 광역 지자체를 관할하다보니 지역 네트워크를 강하게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지역 내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 벤처캐피탈(VC) 등 혁신 주체를 모으고 조직할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창경센터, TP 외에 올해 스타트업이 모이는 스타트업파크를 새로 선정하기로 돼 있어 기존 기관의 실효성 높이기보다 중복사업 늘리기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핀란드의 산학연 네트워크 역시 참고할 만하다. 핀란드는 '노키아 쇼크'로 위기를 겪었지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혁신성장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유명 게임 캐릭터 '앵그리버드'가 탄생한 헬싱키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가 대표적이다. 물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산학 간 공백을 좁히는 국가 출연연구소인 핀란드 기술연구센터(BTT Technical Research Center of Finland)가 대기업이 원하는 단계의 응용연구를 수행하며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중기부는 매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축제형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를 벤치마킹한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 UP) 2019'를 올해 중점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박 장관은 지난 17~18일 방일 중에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혁신기업 코코네를 방문한 바 있다. 한게임재팬과 NHN재팬을 설립하며 일본 게임포털 시장 1위에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코코네를 설립한 천 회장은 당시 박 장관을 만나 "기업 경영을 위해 직원들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 중심 기업문화를 강조한 바 있다.
 
박 장관은 내달 6박8일 일정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을 방문하는 북유럽 대통령 순방 수행단에 포함됐다. 청와대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혁신성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순방 취지를 밝힌 만큼 핵심 주무 부처인 중기부 수장이 혁신의 현장을 직접 살피고 국내에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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