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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해나

삼바 수사로 또 다시 멈춰선 삼성 '경영시계'

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신사업 추진 제동…브랜드 이미지 타격 불가피

2019-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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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로 삼성 내부 분위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반도체, 5G, 바이오 등 신사업 관련된 투자와 인수합병(M&A), 계약 체결과 같은 중요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어지면서 삼성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정부가 차세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꼽고 있는 바이오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수장에 대한 검찰조사와 계속되는 압수수색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4공장과 5공장 신설 계획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5G 생산라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 발굴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3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놓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하락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도약을 위해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네덜란드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졌다.
 
5G도 장비 시장 점유율 2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공식행사로 5G 통신장비 생산라인을 찾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5G 협력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지난 19일만 해도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조직 내 많은 인력들이 삼성 바이오로직스 수사 관련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신사업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미래 성장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수적인 M&A가 멈췄다. 삼성전자가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로 굵직한 M&A 사례는 없었다. 그룹 전체가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간 M&A 성사는 요원한 일이다. 
 
삼성에 대한 글로벌 이미지도 타격을 입고 있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되고 다시 외신들에 의해 재생산 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주재하는 삼성전자 직원은 “주요 거래선들로부터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이어지는 삼바 관련 수사와 추측성 보도에 이미 조직 내 피로감이 상당한 형국이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도 여론의 비난을 받았는데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유죄를 단정 짓는 듯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삼성은 이례적으로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란 어렵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1년여간 경영시계가 멈췄는데 지금 또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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