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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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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전세노마드의 다음 '픽'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주변시세의 90~95%로 싸다면서요?

2018-08-20 13:33

조회수 : 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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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여름휴가를 보내고 복귀했습니다.
 
1년에 한번 휴가인데 “뜨거운 태양 아래 썸머타임~”은 고사하고 가을에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땀깨나 흘렸습니다. 전세노마드의 설움이랄까.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점포겸용 단독주택 그러니까 상가주택인데 집 주인이 매물로 내놓았었나 봅니다. 팔려서 새 주인이 들어오는데 이 분이 모든 층을 다 쓰겠다고 했다네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10월에 돌아오는 재계약 때 ‘이 집에서 계속 살려면 이번엔 얼마를 올려줘야 할까?’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네요. 한번 재계약해서 4년을 살았습니다. 벽이 얇은지 겨울에 조금 춥긴 해도 만족도가 높은 집이라서 쭈욱 살 생각이었거든요.
 
집주인느님에게 그 사실을 전해들은 것이 벌써 한 달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이 집만한 또는 제가 원하는 공간배치를 할 수 있는 집을 찾지 못해 매주 중개업소들이 집들을 보고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여러 중개업소를 통해 많은 집들을 보긴 했는데 전부 다 ‘뻰찌’를 놓은 터라 아마도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는 '진상'으로 낙인 찍혔을 것 같습니다.
 
여담인데, 이번에 팔린 저희 집(제 집은 아니지만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이 동네 중개업소들이 다 알고 있는 집이더군요. 집주인이 **억원에 내놓을 때 중개업소에서 너무 비싸다며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으나 얼마 안가 사겠다는 사람이 둘이나 나타나 금방 팔렸다며 다들 놀랐다고 합니다. “운중천변 상가주택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인데 이번에 집이 팔려서 새로 집을 구하려고 한다”라고 소개하니까 “아~ 그 집이요?”라면서 다들 알더라구요. 이 동네는 아파트시장만 난리인 줄 알았는데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도 거래만 드물 뿐 뜨겁기는 매한가지인가 봐요.
 
결국 이 동네에서 찾지 못해 범위를 넓혔습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계속 이러고 다닐 수는 없어서. 그러다가 <강남 말고 여기!> 광명시 편 취재할 당시에 눈에 띄었던 신축 오피스텔이 생각나더군요. 소하동은 제 고향이고 익숙한 동네라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봤습니다. 어라, 그 오피스텔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었네요. 민간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지은 임대주택이니까 임대료가 좀 싸겠죠?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뉴스테이’를 좀 더 개선한 민간 임대주택 정책입니다. 뉴스테이의 장점은 살리고 공공성은 더한(그렇다고 주장하는) 주택입니다.
 



8년까지 임대로 살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내로 묶었다는 점은 뉴스테이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나 똑같습니다. 여기에 뉴스테이에는 없던 규정, 즉 초기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0~95%로 정해야 한다는 것, 청년과 신혼부부는 70~85% 수준으로 해준다는 것, 청년 등의 수요가 많은 곳에 보급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혜택을 주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무주택자나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임대주택입니다.



저는 청년도 아니고 신혼부부도 아니고 무주택자도 아니라서 당연히 신청자격이 없는데요, 신청하고 남은 잔여분에 대해서는 아무 조건 없이 계약이 진행됩니다. 저도 그 물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휴가 첫날에 현장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다녀왔습니다. 제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평형이 있더군요. 문제는 다 나갔다는 것인데 안내하는 분이 18일에 잔여분을 선착순으로 분양하는데 신청자 중 계약 포기 물건도 예비당첨자를 거쳐 그날 나오니까 와보라고 하네요. 그리고 17일 늦은 오후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그 평형이 몇 개 있대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분양사무실로 향했습니다. 6시30분도 안 돼 도착했는데 대기번호 11번! 다행히 제 앞 번호를 뽑은 분들은 죄다 다른 평형을 골랐는지 제가 원하는 평형이 괜찮은 층수에서 몇 개 남아 있었습니다.
 


사실 남은 호수 중에 고르면서 보니까 꽤 많은 집이 미계약으로 남았더라구요. 거의 ‘ㅁ’자 모양으로 가운데 넓은 중정을 두고 동서남북 방향을 볼 수 있게 지어진 건물인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타입은 주로 남향과 서향 동에 배치돼 있습니다. 계약완료를 알리는 스티커도 거기에 다닥다닥 붙어있을 뿐 북향과 동향 호실들은 빈자리가 굉장히 많아요.
 
이렇게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가격 때문 아닐까요? “시세의 90~95%면 괜찮은 거 아냐?”라고 반문하시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따져볼까요?
 
제가 신청한 타입, 그리고 그와 거의 비슷한 넓이를 가진 (인기 많은)타입들의 임대료는 보증금 3500만원에 월세가 65만5000원입니다. 전용면적은 54~57㎡ 정도 됩니다. 실평 17평 안팎이죠. 물론 공급면적은 배가 넘습니다. 130㎡ 이상이예요. 이 동네 근처에 오피스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철역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피스텔이 들어설 만한 곳은 아닙니다만, 있긴 있습니다. 이마트도 있는 상업지구라 그런가...
바로 옆 건물도 오피스텔인데 여기 시세를 볼까요? 아쉽게도 전용면적이 50㎡을 넘는 평형은 없군요. 전부 소형이에요. 그중 큰 전용 35㎡짜리가 2000만원에 월 62만원이군요. 여기 말고 근처에 직접 비교가 가능한 전용 42㎡형이 있군요. 1000만원/60만원. 민간임대주택의 전용 42㎡형은 3000만원/62만원입니다.
 
새 집이고 세대수도 많고 하니까 이 정도 비싼 건 당연하겠죠. 그런데 아차차, 이거 주변시세의 90~95%라면서요. 더 비싼데? 설마 먼저 들어선 오피스텔들의 시세를 감가상각까지 감안해서 반영한 걸까요? 음...
 
또 하나 이상한 점은 계약서 상에 붙은 각종 비용입니다. 분양 홈페이지나 다른 어디에도 안 보이던 항목들이 붙더있더라구요. 주차비는 그럴 수 있겠다 싶고 입주 때 지급하는 무슨 책자를 잃어버리면 얼마를 내야 한다는 내용도 거주자의 귀책사유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퇴거청소비는 좀 의아했어요. 이사들어가기 전에 청소를 싹 해주는 대가로 23만원씩이나 받는다는 거예요. 청소를 해주는 건 고마운데 23만원이면 꽤 큰 돈 아니에요? "필요없다"고 할 수 없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에요.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이삿짐 나를 때 신발 신고 왔다갔다 하고 여기저기 지저분해서 어차피 이사 끝나고 또 청소해야 하잖아요. 그 전에 23만원이나 내고 청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오피스텔 주인이 누군지 확인해봤습니다. ㈜케이리얼티임대주택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이름 한번 길다. 뒤에 ‘부동산투자회사’가 붙었죠? 리츠(REITs)입니다.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수익으로 배당을 챙기는 방식의 투자를 하겠죠? 책임 임대기간 8년이 지나면 일반 분양으로 전환을 할까요? 법적으로는 건물주 마음대로 분양전환할 수도 있고 계속 임대로 유지할 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저 리츠의 주인은 또 누구일까요? 전자공시를 뒤졌습니다. 상장기업이 아니라도 전자공시에는 뜨거든요.

㈜뉴스테이허브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또 리츠네요. 이 리츠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케이리얼티임대주택제1호의 지분 55.78%를 갖고 있습니다. 어, 그런데 이게 우선주로 갖고 있는 거군요. 보통주는 이 오피스텔을 지은 한라(22.71%)가 제일 많네요. 3대주주는 LH(19.52%), 그리고 KT 계열인 케이티에이엠씨가 1.99%를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오피스텔 관리도 맡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대주주인 ㈜뉴스테이허브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주인도 알아봐야겠죠? 공시를 한번 더 찾아봅시다. 대한민국정부가 100% 출자한 주택도시기금과 국토부장관의 대리인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 거란 얘기죠. 다만 정부는 지원해주는 입장이니까 오피스텔을 소유한 리츠의 지분을 우선주로 갖고 있는 것이고요.
 
아무튼 이사할 집구하러 갔다가 별별 것들을 다 찾아봅니다. 제 병 남 주겠어요?
 
이제 10월이면 4년 살았던 동네와도 이별입니다. 참 살기 좋은 곳인데. 정말로 돈 많이 벌어서 이곳에 예쁜 단독주택 한 채 갖고 싶습니다. 집 살 돈을 버는 것과 로또에 당첨되는 것 중 어느 쪽의 확률이 높을지, 어려운 문제로군요.... 아, 씁쓸하다.
 
  • 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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