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금감원장 사상초유 줄낙마…금융권 패닉

채용비리 최흥식 이어 외유논란 김기식 사퇴

2018-04-16 20:46

조회수 : 3,40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당시의 각종 논란으로 낙마하게 되면서 불과 한달여 만에 2명의 금감원 수장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6개월 만에 채용비리 파문으로 중도 사퇴한 데 이어 김 원장마저 취임 보름만에 낙마하면서 금융권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권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가운데 터진 금감원장의 잇따른 낙마여서 충격은 더욱 크다. 금융권에서는 김 원장에 대한 부정여론이 금융개혁에 대한 기존 금융사의 반발이 심하다고 정부가 판단, 개혁 성향의 금감원장 인사 실험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원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금융권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먼저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이 낙마한 상황에서 '금융권 저승사자' 김기식의 등장을 내심 반겼던 금감원은 착잡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사실 김 원장의 임명으로 금융개혁이나 금감원의 감독기능 강화 등을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김 원장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간부는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 거취에 대한 판단을 맡기면서 김 원장 스스로 사퇴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을 것"이라며 "장관급도 아닌 금감원장직이 너무 정쟁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금감원이 주도권을 가져야 할 금융개혁 현안들이 추진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는 금감원장의 잦은 교체에 금융당국의 입장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이 구성한 하나은행 특별검사를 마지막으로 채용비리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김기식 원장이 지난해 검사가 이미 끝난 신한은행을 재조사한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법'은 공회전을 거듭하게 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를 넘기 위해서는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를 오가며 협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최 전 원장이나 김기식 원장이 "금융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금융감독을 구현해야 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입법을 위해 강한 기조를 이어왔으나,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키'를 잡아야 하는 선장이 사라진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김 원장이 결국 사퇴하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기는 했지만, 현실이 될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날 오후만 해도 김 원장은 저축은행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정식 업무를 보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김 원장이 저축은행장들을 거세게 질책하는 발언을 내놓았다"며 "사퇴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금융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권의 혼란도 더욱 불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통령이 최근 김기식 원장 논란의 배경으로 금융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반발로 인식해, 금융권의 관행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금감원장 인선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관료 출신의 금감원장 인사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현 정부가 개혁 성향의 인재 등용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금감원장 인사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사 파행이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대형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