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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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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토마토칼럼)경제민주화, 시작은 제 목소리 찾기부터

2018-03-22 06:00

조회수 : 2,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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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말 그대로 경제를 민주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1인 1표를 갖고 참정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온 정치민주화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좀더 쉽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치활동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할 때에도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는 기회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는 거다. 뒤처지고 낙오되는 이들을 사회가 보호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약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해야할 일들의 순서를 지키는 게 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중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게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운동장 한켠에 자꾸만 쌓여가는 걸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가 개헌안에서 경제민주화 개념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헌법에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로 규정돼 있는데 여기에 '상생'의 개념이 추가된다고 한다. 개헌안이 이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일단 방향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기존 단어인 '조화'보다는 '상생'이 의미상 덜 모호하기도 하다.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조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행동을 촉구하는 단어(상생)라는 점도 반갑다.
 
상생의 한 축이 될 중기업계나 소상공인업계도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을 토로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경제주체로 인정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짤 때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단체를 당당하게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 주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소상공인 단체의 경우 아직 대화 테이블에 앉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말하는 이같은 뼈아픈 지적은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상생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결국엔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상생이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공존하려면 우선 가장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서로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게 먼저다. 일단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라면 크기에 상관없이 일단 의견을 개진할 당당한 주체로서 인정하는 것부터 가야한다. 운영하는 기업 혹은 사업체의 크기를 따지기보다는 전체 경제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에 맞게 발언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라의 헌법을 바꾸는 일인 만큼 각 경제주체 모두를 존중하기 위한 언어에 대한 고민도 좀더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계, 소상공인을 시혜를 베풀 대상이 아닌 스스로 설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언어 말이다. 요즘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명칭 구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기업은 기업이라고 명명하는 게 오히려 경제주체로서 오롯이 존중하는 방법이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나 소상공인들을 현재의 열악한 상황과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 애초에 보호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당당한 경제주체로 육성하는 일에 방점이 찍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김나볏 중소벤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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