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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꿈까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조선업, 희망의 끈을 잡는 사람들

거제·울산·창원·목포 조선업희망센터, '재취업 상담' 발길 끊이지 않아

2018-02-12 18:06

조회수 : 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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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상윤·양지윤 기자] "딸의 꿈까지 포기시킬 수는 없습니다."
 
울산시에 거주하는 정명숙(가명·51·여)씨는 올해 간호학과에 입학한 딸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시간이 날때마다 울산조선업희망센터를 찾는다.
 
지난 2002년 당시 4살 된 딸과 함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울산으로 이사한 정씨는 그해 현대중공업 협력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남성들에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오로지 딸을 잘 키우겠단 생각으로 정씨는 악착까지 버텨냈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조선업황이 바닥을 기면서 그가 14년간 일해온 회사가 지난해 상반기에 문을 닫았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것도 허망했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행여 대학진학을 포기할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정씨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갑자기 화가 치밀고 억울하고, 무기력 한 기분이 드는 등 감정 기복이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선업 불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울산조선업희망센터는 정씨처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선업희망센터를 통해 새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그는 심리안정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딸과 함께 자녀 상담도 받았다.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거제·울산·창원·목포 등 전국 4곳에 조선업희망센터를 한시적으로 설치했다. 올해 1월말 기준 거제 6124명(40.4%), 울산 4248명(42.6%), 창원 1416명(47.3%), 목포 1273명(46.5%) 등이 재취업을 했다.
 
전국 조선업희망센터 취업실적. 제작/뉴스토마토
 
정씨처럼 정부 고용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자력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조선업 실·퇴직자도 수두룩하다. 올해 1월 부산에서 자동차 광택·덴트 복원 기술을 가르치는 카케어 전문학원을 개업한 배재현(42세·남)씨는 지난 2016년 7월 회사를 떠났다.
 
그가 몸 담았던 회사는 지난해 2월 조업을 중단한 SPP조선이다. 배씨는 퇴사 후 1년 반동안 구직활동을 벌인 끝에 퇴직금과 위로금에 대출 등을 긁어모아 학원 개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씨보다 6개월 더 회사를 다녔던 김모 부장(53세·남) 역시 1년간 구직활동을 벌이다가 두달 전 가까스로 중소 완구 제조업체에 안착했다. 50대 중반 남성, 조선사 출신이라는 조건에 발목이 잡혀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근로자들이 업황 불황과 함께 대규모 실직하면서 다른 직종을 찾아 나섰지만 급여 차이 등의 문제로 이직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올해 6월 말이면 종료돼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 차례(2017년 7월1일~2018년 6월30일) 연장됐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올해 6월 말 종료된다. 울산시 등은 최근 고용노동부에 지정 기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상윤·양지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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