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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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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호황 어디까지)슈퍼호황 원동력은 '공급부족'…치킨게임 승자들의 축배

4차 산업혁명 수요까지 맞물려…D램·낸드 가격상승에 전·후방 ‘실적행진’

2017-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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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유례없는 호황에 반도체 시장이 연일 축배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대표적인 메모리 기업들은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통상 상승(확장) 국면이 있으면 하강(수축) 국면이 존재하는 경기 사이클이 존재하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은 하강을 모른 채 연일 확장 국면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슈퍼 사이클’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맞은 원인으로는 수요 대비 공급부족이 첫 손에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6월 상승세로 전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말 기준 D램 표준 제품인 PC용 DDR4 4Gb 512Mx8 2133㎒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25달러로, 지난해 말 1.94달러와 비교하면 67.5% 치솟았다. 낸드플래시 주요 제품인 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5.78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37.0%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멈출 줄 모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가격은 매년 30% 이상 떨어진다. 업체들이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고도화하며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가령 21나노미터(nm) 공정을 18nm 공정으로 바꾸면 한 장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수가 30%가량 증가한다. 생산량이 늘기 때문에 값은 떨어진다. 다만 회로 폭이 줄면서 전자 이동이 빨라져 성능이 좋아지고, 전기 소모도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져도 생산성이 향상됐다”면서 “이는 반도체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도 지난 2012년부터 바뀌었다. 일본의 엘파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되면서 30년 간의 치열한 저가경쟁을 이어갔던 치킨게임이 종결됐다. 10여개 기업이 난립했던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곳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은 일본 도시바까지 총 4곳으로 압축됐다. 제조업체들이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생산량은 자연스레 줄었다. 오랜 치킨게임 끝에 살아남은 이들 업체들은 무리한 설비투자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현재 도시바마저 대규모 원전사업 손실로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하는 상황에 처해 사실상 한국과 미국이 전세계 메모리 공급을 양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잇단 대규모 투자로 공급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끝났지만, 이젠 시장 플레이어도 많이 줄어든 데다 업체들이 공장 신설보다는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성 확보에 집중하면서 공급부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도 폭발적이다. D램은 PC에 이어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수요가 대폭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수요도 일시 정체됐지만, 지난해부터는 애플을 기점으로 중국 제조사들이 고용량 스마트폰으로 전향해 모바일용 D램 수요가 늘어났다. 여기에 반도체 업체들은 PC 수요가 줄 것으로 보고 PC용 D램 생산을 줄였지만, 지난해 윈도우10 출시 효과 등으로 노트북 수요가 예상 밖으로 늘면서 PC용 D램 값도 상승세를 탔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으로 서버용 D램도 호황을 맞았다.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급격히 대체되고, PC·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낸드 용량도 매년 급속히 커지는 추세다.
 
업황 호조에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매 분기마다 신기록 행진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6조3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2분기에는 무려 8조300억원을 거뒀다. 3분기에는 10조원에 가까운 수익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SK하이닉스도 1·2분기 각각 2조4700억원, 3조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3조원 중반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산업의 수혜가 후방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등의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의 슈퍼 사이클로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전방산업을 넘어 후방산업 장비업체까지 수혜를 보는 연쇄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도 극히 낙관적이다. IoT·AI·생체인증·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D램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과거 사이클보다 더 크고 긴 호황이 진행 중"이라며 "반도체 대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전망치를 벌써 두 차례나 상향 수정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에 힘입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7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곧 끝날 것이라는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앤드루 노드 리서치 총괄부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투자한 만큼 다시 빼앗아 간다"며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신규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 거품이 2019년에는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슈퍼 사이클이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면서도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주요 플레이어들이 무너지며 교통정리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호황이 서서히 잦아든다고 해도 현재의 공급과 수요를 책임지는 균형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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