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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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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사회책임)프랜차이즈 가맹점, 비가맹점에 비해 영업이익률 6~8% 낮아

'프랜차이즈 공화국'…산업 규모 150조, 브랜드 5300여개, 가맹점 22만개

2017-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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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문제점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설명할 때 ‘무슨무슨 공화국’이란 표현을 쓰는데, 요즘엔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란 말을 빼놓을 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해 기준 연간 150조원 시장 규모로 성장했다. 전체 시장 규모만으로는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란 용어가 와 닿지 않을 수 있고, 그저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족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73개, 가맹점 수가 21만8997개에 이른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산업에서는 브랜드가 약 1400개, 가맹점이 약 27만개다. 인구수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고용 인원도 143만명이나 된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확대가 일시적 현상은 아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규모 증가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0년 기준 브랜드 2550개, 가맹점 14만8700개였지만 6년 만에 각각 107%, 47%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종은 크게 외식(48.8%), 도소매(20.5%), 서비스(30.7%)의 3개 업종으로 분류되며 세부업종으로는 편의점, 치킨, 한식당, 교육, 커피, 주점 순으로 많다.
 
산업 규모는 커지는데…하루 22개씩 문 닫는 가맹점
 
그러나 가맹점 영업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일은 녹록치 않다. 대학가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 A씨는 “근처에 동종 업체가 많이 들어와 사실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을) 시작할 때에도 이윤이 크진 않았지만, 지금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점주 인건비를 줄여 버티는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매출의 대부분은 임대료와 원재료 구입비로 지출된다. 광고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A씨는 부대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B씨만의 일이 아니다. 공정위 공개 내역에 따르면 하루 평균 4.6개의 편의점과 7.7개의 치킨가게가 폐업하고 있다.
 
물론 이윤이 남지 않아 폐업하게 되는 것이 프랜차이즈 가맹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비용의 상당 부분이 본사에 강제로 지불해야 하는 몫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시중가격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해 가맹점에 원자재를 강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통행세’다. 지난해 서울시가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필수구입물품의 가격이 시중가격과 비교해 볼 때 “비싸다”고 느끼는 점주의 응답이 87.5%나 차지했다. 해당 설문은 1,328개 피자, 치킨, 김밥 등 가맹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단지 가맹점주의 기우가 아니다. 2013년 전국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이 독립점(비가맹점)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6~8%p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 측은 소비자에게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이 이윤을 높이기 위해 낮은 질의 값싼 원자재 및 원료를 사용하다보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악화되고 결국 브랜드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필수구입물품 현황에는 냅킨, 물티슈, 젓가락 등 일회용품과 설탕, 주류·음료와 같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산품 등도 시장가격보다 높게 본사에서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이러한 ‘통행세’는 영업기밀로, 본사에서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맹점주도 본사에서 납품받는 물품들이 시중가보다 비싸다는 것만 짐작할 뿐 본사에서 어느 정도 가져가는지 알 수 없다.
 
사고는 본사가, 부담은 가맹점이
 
그나마 본사에서 ‘통행세’만 취하는 것은 나은 편이다. 최근 논란이 된 미스터피자의 경우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동생 부부가 소유한 물류회사 등을 중간업체로 끼워 넣어 50억원 대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피자에땅 역시 공재기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가맹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물류회사는 공 대표의 부인이, 박스포장 업체는 아들이, 빵 납품 회사는 딸이 대표로 있다.
 
원자재뿐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본사의 실수로 영업지역 내에 가맹점을 2개나 내어준 경우도 있다. 영업지역을 설정하여 점포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에 동일 본사의 다른 가맹점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계약 사항을 어긴 것이다. 본사는 실수였다고 인정했지만, 손해는 기존 가맹점과 새로 창업한 가맹점이 모두 감내해야 할 판이다. 이 외에도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의 사용, 본부가 정한 필수 물품에 대한 강매, 광고비 떠넘기기, 계약과 상관없는 부대비용의 징수, 이의를 제기하는 가맹점주에 대한 재료공급의 중단이나 인근 직영점 개설을 통한 고사 작전 등 ‘갑질’의 방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너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창업주인 오너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오너의 의사 결정이 기업의 경영 전략과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그러나 오너 중심의 독단적인 경영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논란과 지난해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분노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였고 결과는 가맹점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 매출이 최대 4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브랜드를 빌려 쓰는 구조인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가맹본부 대표 등이 이미지를 실추시키면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떠안게 된다. 해당 대표의 행위와 가맹점주들의 영업 손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가맹점주가 입증해야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입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 넘은 '갑질'에 공정위가 뿔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갑질’에 대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오너의 불법이나 비도덕적 행위로 인해 가맹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가맹점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 매출액 대비 구매금액 비율 등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에 대한 정보 공개가 확대된다. 가맹본부가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와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가맹본부 특수관계인의 업체명, 매출액 등 역시 공개된다.
 
공정위는 하반기에 피자, 제빵 등 50개 외식 브랜드를 골라 해당 업체들이 필수 물품 상세 내역, 마진 규모, 가맹점의 필수 물품 구입 비중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법 위반이 발견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제재할 방침이다. 공정위의 고유권한 조사, 처분권의 일부를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과거에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불법행위를 잡아내면 자체 처리하지 못하고 공정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직접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환골탈태 기회 달라"
 
공정위가 칼을 빼들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즉각 기자회견에 나섰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업계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진행 중인 조사를 중단하고 3~5개월 정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프랜차이즈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지만 공정위가 지나치게 가맹점주 입장만 고려한다는 논조가 이어졌다.
 
박 회장은 일부 가맹본부에서 물류대금을 부풀려 받는 등의 관행은 로열티를 받지 않아 비롯된 왜곡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구조 때문이라며 공정위 대책대로 마진을 공개할 경우 로열티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즉, 물품을 납품하며 임의로 받던 ‘통행세’를 규제한다면 가맹점 매출의 일정부분을 고정적으로 받는 로열티제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말처럼 전체 프랜차이즈 업계 중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전체의 36%에 불과하다. 이는 70~80%에 달하는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액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본사의 수익원이 투명하게 노출된다. 미국에선 본사가 매출의 4.6~12.5%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원·부자재는 점주와의 물품구매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한다.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 필수 구입 품목만 본사가 공급해 서비스의 질 유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을 동시에 잡았다. 호주는 본사의 필수 구입 물품에 대해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사전허가제를 운영한다. 본사를 통해 유통해야 하는 품목인지 정부가 사전에 감독하는 것이다.
 
로열티 중심으로 본사 수익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통 원가 공개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물품 원가에 통행세를 더해 사실상 로열티를 걷어가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로열티까지 더해지면 가맹점주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인테리어 공사 강제나 광고비 덤핑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한 단순한 수익구조개선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초 중소기업청이 제안한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등 새롭고 다양한 모색을 통해 본사와 가맹점을 모두 살리면서 소비자 편익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20대 여직원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최호식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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