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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시론)베이징과 서울의 푸른 하늘

2017-05-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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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민들은 하늘을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늘 회색이나 잿빛의 스모그 경보나 미세먼지 주의보에 휩싸여있던 하늘이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수치 정도로 떨어진 날은 베이징에서 국가적 행사가 열리거나 올림픽이나 APEC 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 뿐이다.
 
스모그 경보에 시달리던 베이징 하늘이 지난 14일 느닷없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로 변했다. 갑작스런 청명한 하늘에 베이징 시민들은 ‘오늘 누군가 대단한 사람들이 베이징에 오는구나’라고 지레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 연치후(雁栖湖)에서는 시진픽 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은 물론 사드갈등을 빚던 우리 정부 대표단도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급하게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스모그나 미세먼지는 이처럼 정부가 없애겠다고 없앨 수 있는 단순한 대기오염 현상이 아닌 데도 중국 정부는 무소불위의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인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스모그를 없애고 미세먼지 농도를 급감시키는 일을 거뜬히 해내곤 한다. 악명 높은 베이징의 대기오염 현상은 사실 중국의 골칫거리지만 중국정부는 단기적으로 대기오염을 해소하고 오염원을 차단하는 일에 능숙하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베이징과 인근 화베이지역의 모든 공장들을 일시 가동 중단시키고 석탄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차량 2부제를 강제실시하면서 베이징의 하늘을 되찾았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인공 강우까지도 언제든지 내리게 한다.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세계적인 이목을 이끌었던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의 2014년 전승절 행사 때도 우리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베이징의 파란 하늘을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 시민들은 잿빛 하늘만 보고 산다. 베이징 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도 베이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직 CCTV 앵커였던 차이징이 만든 ‘차이징의 스모그조사’라는 다큐멘터리가 중국에서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다큐 속에 등장하는 산시성의 여섯 살짜리 아이는 ‘너는 별을 본 적이 있니’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파란 하늘도 흰 구름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것이 중국의 대기환경이다. 2014년 베이징에서는 175일 동안 스모그가 발생했다. 베이징에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국제적인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스모그나 미세먼지는 오염원을 찾아내서 차단하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중국정부는 왜 한반도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각종 오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용 때문일 것이다.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석탄사용을 금지시키는 단기적인 처방은 경제활동을 마비시키게 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염원을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환경오염에 대한 지속적인 대책을 통해 스모그 발생을 저감시키고 정제되지 않은 차량연료 사용을 억제시키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도 있다.
 
문제는 중국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다. 한반도의 미세먼지와 스모그 발생의 주요 오염원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란 국내 통계가 있다. 대략 70% 정도의 오염원이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기오염, 베이징의 잿빛 하늘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중 사이에 핵심현안은 당장의 사드 갈등일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교역적 방식의 보복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나들고 있고 양국민의 감정도 다소 인내심을 요하는 정도로 치달았다. 중국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사드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어서다. 사드 보복 사태를 해소하는 것이 한중간 당면현안이기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해묵은 숙제는 중국발 환경오염문제라는 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 정부는 지금껏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중관계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 정부의 현안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로서는 생존환경이 달린 문제다. 당당히 양국간 현안으로 함께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정부가 국제행사용으로만 ‘파란하늘’ 이벤트를 활용하고 한반도에 대한 피해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직시하고 함께 중국의 대기오염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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