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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청년 CEO의 요람으로 부상 …부산경남 '청년창업사관학교'

아이디어 빼고 전부 지원…지역 제조업 인프라와 시너지

2017-05-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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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창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겨울을 버티는 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겨울은 끝나기 마련이고 인생의 봄날은 반드시 옵니다.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해주고 따뜻한 봄날을 더 빨리 맞이할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청년창업사관학교였습니다"
 
지난달 28일 경상남도 진해에 위치한 부산경남 청년창업사관학교. 이 곳에서 만난 7기 사관생도인 정우철 엠지아이티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봄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창업을 결심했지만 현실은 추운 겨울"이었다며 "창업으로 봄날을 맞이하게 됐다"고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이처럼 청년 CEO(최고경영자)를 양성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부산경남을 비롯해 전국에 총 5개교가 있다. 부산경남 청년사관학교는 제조업 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제조업 기반의 창업을 준비하는 생도들이 많다. 제조업에 특화된 지역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종오 부산경남 청년사관학교장은 "지역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무료로 공장 시설을 빌려주거나 수십년간 기업활동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에게 기꺼이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청년창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창업 후 생존율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김 학교장은 "일반 창업자의 3년간 생존율이 30%대에 머무는 반면 최근 3년간 우리학교 출신 창업자의 생존율은 84%를 기록했다"며 "성공적인 청년창업은 첨단기술 기반 중소기업 육성은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인력 노령화 문제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 등 네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곳에서는 누구든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해 CEO가 될 수 있다. 창업준비 단계부터 창업실행 단계까지 겪는 부수적인 애로사항은 사관학교의 체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김종오 학교장은 올해 입교한 59명의 7기 청년창업사관생도들의 창업과 창업 후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우철 대표가 드론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엠지아이티
 
정우철 대표도 생도 59명 가운데 한 명이다. 정 대표는 1987년생으로 30대 초반의 청년이다. 그는 지난해 6기 생도로 1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 7기로 다시 입교했다. 지난해 5월 주식회사 엠지아이티를 설립해 어엿한 청년 CEO가 됐다. 정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사관학교 생활을 통해서 회사를 창업하고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면서 "회사의 미흡한 부분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싶어 재입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엠지아이티는 산업용 드론을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다. 현재 총 5명의 직원에 부설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 연구 인력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드론 기술개발과 시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주력하느라 유의미한 매출은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에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제품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미 수십대에서 수백대에 이르는 납품 계약 안건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정 대표가 다소 생소한 '산업용' 드론을 선택한 것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용 드론에 비해 산업용 드론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직장 생활을 하며 얻은 아이디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의 토목설계 부서에서 근무했다. 정 대표는 "관련 업계에서는 평판도 괜찮은 나름 탄탄한 회사였다. 그런데 바로 옆 부서가 안전진단 부서였는데 퇴사하는 직원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알고 보니 교량 등을 진단할 때 높은 곳에 올라가 직접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어서 그런 것이었고 이것을 꼭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엠지아이티가 만든 드론은 교량 등 사람이 직접 닿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을 촬영해 진단할 수 있다. 드론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데 여기에 카메라가 장착돼 위아래 어디서든 정밀 촬영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 카메라를 통제하는 이른바 '짐벌'이라고 불리는 카메라 자세 제어장치가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1980년생 박성호 창화에너지 대표도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에 성공했다. 박 대표의 창업 아이템은 '복합다중관 전기보일러'다. 보일러 회사에서 5년간 전기보일러 관련 업무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는 가정용 전기보일러가 거의 쓰이지 않는데, 전기료를 줄일 수 있으면 가정용으로도 충분히 보급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전기히터를 수조에 직접 넣어 가열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이중 구조의 파이프를 통해 직접 물을 가열하는 다중관 방식으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 보일러를 사용하면 3kW(킬로와트) 정도면 가정에서도 충분히 난방이 가능하다"면서 "물론 여전히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세 때문에 일반 가정에는 설치가 어렵지만, 태양광 설비를 갖춘 집에서는 난방요금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닐하우스 농가, 팬션 나아가 중국 등 해외 가정용 보일러로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1년 과정으로 평균 5:1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입교가 가능하다. 생도가 되면 엄격한 관리 하에 각종 창업교육과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대 2억원의 정책자금을 비롯해 전담교수와 생도가 1:1로 매칭돼 창업 준비과정부터 시제품을 만들어 실제 창업을 하기까지 멘토이자 코치 역할을 한다. 졸업 후에도 5년간 사후관리도 지원한다. 전국 5개교에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500여명의 청년 CEO를 배출했다.
  
부산경남 청년창업사관학교 모습. 사진제공=중소기업진흥공단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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